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7년 한해동안의 물류비 총액은 69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국내총생산(GDP) 420조9,000억원의 무려 16.5%나 차지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규모다. 전년도인 96년의 물류비 63조7,000억원과 대비해 보더라도 9.2%나 증가한 액수다. 물류비가 이처럼 증가한 것은 물류비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이루고 있는 수송비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수송비중 교통혼잡으로 낭비하는 혼잡비용만도 15조9,000억원에서 97년에는 18조4,000억원으로, 1년사이에 2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길거리에 뿌려진 돈이 18조원을 넘는다는 의미다. 애물단지인 경부고속철을 건설할 수 있는 아까운 돈이 한해동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셈이다.나라의 부(富)가 이렇게 스며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가적인 손해다. 비록 물류비 증가율이 최근에 들어서는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 GDP대비 16.5%는 아직 높다. 건교부는 중장기적으로 13.5%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나 현재와 같은 도로현황과 교통처리 체계로서는 목표달성이 의문시 된다. 미봉적인 대책보다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우선 물류흐름을 원활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륙화물 기지및 유통단지 등 거점물류 시설을 간선교통망과 연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물동량은 해마다 늘어나는 데 교통시설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에서 지역마다 물류기지 건설은 필수적이다. 물류비 증가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육·해·공 화물정보를 일괄처리, 제공하는 종합물류 정보 사업망도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부고속철의 조기 완공이다. 현재 1단계·2단계로 구분, 1단계는 2004년 4월, 2단계는 2010년 완공으로 돼 있는 고속전철을 앞당겨 완성하는 것이다. 물론 재원이 문제이나 물류비 급증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국가 전체적으로는 비용이 절감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물류시스템은 경부축에 편중되어 있다. 인구와 생산의 70%이상이 이 지역에 집중돼 고속도로나 철도는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이왕 착공에 들어간 고속철을 하루라도 완공을 앞당기는 것이 물류난을 해결하는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