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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불확실성'의 경제학

성화용 금융부 차장 shy@sed.co.kr

성화용 금융부 차장

[동십자각] '불확실성'의 경제학 성화용 금융부 차장 shy@sed.co.kr 성화용 금융부 차장 경제가 암울하다고들 한다. '차이나 쇼크'로 당황하고 있는 사이 유가(油價)는 치솟고 주가는 폭락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그러나 곰곰이 짚어보면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외환위기 때만큼 어렵다'는 경제난의 단면이 아니라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인 것 같다. 변수도 많고 예측도 어렵다. 천정부지의 원유가격이 수급 불균형 때문인지, 투기세력의 장난 때문인지, 더 오를지 꺾일지, 이제는 전문가들조차 속 시원한 답을 못 내놓고 있다. 미국이 예상대로 다음달 정책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해도 그 파장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내년까지 여러 차례 이어질 미국 금리인상의 신호탄이기 때문에 실제 단행되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경제가 과열 국면에서 벗어나 연착륙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이 이라크 정세를 안정시켜 석유기지로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 역시 답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막막함'의 원인을 포괄하는 표현이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신뢰할 만한 예측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기에는 당연히 경제 예측도 엉터리가 되고 만다. 정부도 한국은행도, 연구기관들도 올해 경제를 제대로 짚어낸 곳이 없다. 따라서 믿을 만한 정보가 사라진 우리들의 일상생활 역시 '불확실성'에 포위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집값이 이제 잡혀가는 건지도 확실하지 않고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죈다 떠드니 돈 쓰기도 겁난다. 탄핵기각으로 집권 2기가 시작된 참여정부의 개혁정책 역시 아직은 불확실성의 안개에 덮여 있다. 그렇다고 '비관'이나 '체념' 쪽으로만 몰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불확실성'은 결과적으로 '최악'을 전제로 한 선택을 강요한다. 오히려 불확실한 변수들이 현실로 구체화되면 그 결과가 매우 부정적인 것이어도 상황은 호전되기 시작한다. 개전(開戰) 직전까지 폭락했던 주가가 함포사격 후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91년의 걸프전과 이라크에 48시간의 최후통첩을 보낸 후 며칠간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 3월의 이라크전쟁이 그랬다. 그래서 가장 불확실할 때 투자하라는 역설적인 충고를 새겨볼 만하다. 불안하고 막막하지만 그 불확실의 정점(頂点)을 찾다 보면 기회도 보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냉정한 사업가 또는 투자가가 몇이나 될지 모르지만. 입력시간 : 2004-05-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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