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교수준 벗어난 논술 출제 땐 대학 입학정원 10% 감축

교육부 '공교육 정상화' 입법예고

고교 선행학습 금지 확대… 입학전 배치고사·평가 못해

"입시제도 개선대책 빠져" "학교 현장 이해·준비 부족"

전문가·교육단체 우려 잇달아

논술과 구술, 면접 등 각종 대학별 고사에서 고등학교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을 출제하는 대학은 최대 입학정원의 10%가 감축되고 3년간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외고· 국제고·과학고 등 특목고를 포함한 모든 고교는 입학 예정자를 대상으로 중학교 교과 과정을 넘어서는 반 배치고사와 선행교육을 실시할 수 없게 된다.

교육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부는 선행학습 금지법 위반에 대한 각종 행정·재정 제재와 교원 징계 기준을 마련해 각급 학교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우선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한 뒤 시정·변경 명령 등을 어길 경우 입학정원의 10% 내에서 모집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어 두 차례 불이행하면 입학정원의 10% 내에서 정원이 감축된다. 이 기간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참여도 각각 1년, 3년씩 제한된다. 일반 중·고교의 경우 위반 사안에 따라 최대 10%의 운영비 감축과 모집정지·정원감축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교육부는 선행학습 금지 대상을 기존 재학생에서 입학 예정자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입학 예정 고교의 교과 내용을 관련 캠프 등을 통해 미리 학습하거나 이를 반영한 반 배치고사로 학생을 평가하는 행위도 교육 현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논란을 빚어온 국제중학교와 같은 특성화중, 외고·국제고·과학고 등 특목고, 자사고 등은 대학별 고사 실시 대학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해 교육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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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입학 정원이 줄고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학교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조치로 일선 현장에서 선행교육 및 이에 근거한 평가 및 편성 등이 사라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올 9월 공표될 이번 정책에 대해 학교 현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대부분의 고교가 2학년까지 교과 진도를 마무리 짓고 3학년은 실전문제 풀이에 나서고 있어 계도기간 없이 실시되는 이번 정책으로 당장 고2 교실 등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최근 한국교총이 각급 학교 교원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교원의 87.5%는 "법안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이해와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선행학습만 금지할 경우 '공교육 정상화'라는 당초 목표와는 달리 공교육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정책은 100%의 고교생이 사교육을 받는다는 근거로 마련된 것 같다"며 "급증하는 사교육을 두고 공교육 환경만 단죄할 경우 사교육을 받는 학생과 아닌 학생의 차이를 더욱 키우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사교육 의존도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 4%인 1등급의 40%를 재수생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교육 환경 하에서만 입시를 준비한다면 수능 준비에 '올인'하는 재수생과 재학생의 학력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교육 과정상 영어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돼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교실'의 영어 교육도 이번 시행령에 의거해 사라질 것으로 전망돼 초등생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에 대한 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교육부의 자체적인 각급 학교 감사 등의 내용은 빠져 있어 선행학습 여부의 판별과 점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교총은 "공교육 정상화를 지원하는 내용은 전무한 상황에서 학교의 선행교육을 규제한다면 공교육 투자와 지원이 약화되고 사교육만 팽창하는 기형적 현상이 유발될 수 있다"면서 "교육부는 기계적으로 시행령을 마련해 학교 현장에 제시할 것이 아니라 선행학습 유발 요인을 차단할 대입제도의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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