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中企 해외진출 '곳곳에 함정'

중소 프린터 업체 A사가 요즘 해외공급 계약 파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해당 업체 김 모 사장과 통화를 해보니 사정이 딱했다. 계약 내용은 A사가 프린터와 복합기의 신종 모델을 개발해 프랑스 대형 군수업체에서 위탁 생산하고, 이 군수업체는 생산된 신종 모델에 쓰이는 소모품인 카트리지를 A사로부터 공급받는 조건이었다. 계약은 2년여간 순조롭게 이행되는 듯하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발단은 프랑스 업체가 가격이 30%가량 싸다는 이유로 중국 제품을 쓰면서부터다. 계약서에 카트리지의 공급수량이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수요만큼 카트리지를 납품한다’고 모호하게 명기된 것이 빌미가 됐다. 김 사장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수요가 바로 위탁 생산되는 신종 모델의 대수”라며 “프랑스 업체도 우리의 독점공급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시장 상황이 변했다며 납품을 중단했다”고 분개했다. A사는 현재까지 100억원 규모의 카트리지를 납품하지 못해 힘든 상황에 봉착한 상태다. 김 사장은 “프랑스 업체가 우리 측이 강구할 수 있는 구제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계약서 작성 때 꼼꼼히 따졌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했다. 올 5월 해외 대형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전력선 통신기술 개발과 관련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B사의 박 모 사장도 과거 에이전트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경험이 있다. 에이전트가 해외에서 유치한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주선비 명목으로 요구한 탓이다. 이 사장은 그때 이후로는 해외관련 업무를 일일이 직접 챙긴다.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해외진출이다. 현지에 처음 발을 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허술한 구석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계약 상대방이 호의적으로 나오면 기쁘고 들뜬 마음에 관련 점검도 느슨해지기 십상이다. 철저히 준비해도 의외의 변수가 발생하는 게 비즈니스 세계다. 글로벌 기업을 꿈꾼다면 이런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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