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감염병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원입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발의된 감염병 관리법 개정안은 감염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나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것부터 의심자에 대해서도 생활보호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대부분 정부의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전면적인 국가보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엇비슷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문병원이나 지원기구를 설립하고 의료기관의 유무형 피해까지 무조건 보상해줘야 한다는 식이다.
이들 법안은 감염병 대책이 미흡하다는 공감대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막대한 재정부담과 관련기관의 역할분담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대로 실효성을 갖출지 의문스럽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정확한 비용 추계와 효율성부터 따져보는 게 선후가 맞는 일이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병원을 강제 폐쇄한다면서 문제가 생기면 뒤늦게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된다는 발상도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메르스 발생 초기에는 국회법 타령으로 허송세월하다가 18일 만에 '메르스특위'라는 것만 달랑 만들어놓고 강 건너 불 보듯 해왔다. 이런 국회가 뒤늦게야 사회적인 이슈에 편승해 설익은 법안이나 양산하고 있으니 힘겨운 국민들의 눈에는 곱게 보일 리 없다.
지금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일단의 마구잡이식 입법활동은 오히려 국민 혼란만 부추기고 체계적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국가방역체계는 법안 문구 한두 군데를 고쳐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회는 졸속입법의 유혹에서 벗어나 차분히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회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감염법 방지대책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메르스특위가 또다시 무용론에 휩싸이지 않도록 의료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