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걱정스런 '금융관료 부재'

한때 한국경제를 주물렀던 금융관료들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 모피아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정점으로 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 등 ‘이헌재사단’은 론스타 사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김흥수씨 로비사건과 연루돼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도 이 사건으로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다. 금융관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것도 이미 오래전부터다. 그러나 금융관료의 모럴해저드, 위법행위 등과는 다른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제대로 된 금융관료가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증현 금감위 위원장 등 몇몇 인사들을 제외하고 나면 금융관료라고 일컬어질 만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찾기 힘든 지경이다. 재경부 등의 젊은 공무원들도 금융 관련 부서는 기피부서로 꼽힌 지 오래다. 재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제실에서 근무했다 민간에 가면 최소 연봉 5억원 이상은 받을 수 있다. 자리도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 라인에서 경력을 쌓으면 자리도 차지하기 어렵고 걸핏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재무라인에서 세제실로 자리를 옮긴 후배 직원에게 ‘절대 금융국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고 한다. 자칫 이 같은 금융관료 부재가 한국경제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고 혹시 모를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사전에 막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금융감독 부재와 국제금융에 대한 무지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시 국제금융 사정을 제대로 아는 인물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국내적으로도 기업ㆍ금융기관의 부실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할 만한 전문관료가 드물었다. 때문에 ‘펀더멘털은 괜찮다’만 외치다 결국 국가부도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금융환경은 자본시장 개방과 통합 등으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이 펼쳐지게 된다. 감독기구도 새롭게 정비해야 하고 민간보다 한발 앞선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금융 관료는 필수적이다. 금융관료의 나쁜 행태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새로운 자본시장 환경을 선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금융관료를 육성하는 것 역시 우리 경제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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