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무디스의 시각과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볻인다. 넓게 보자면 차기정부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분명한 것은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지난 98년 이후 처음으로 하향 평가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무디스의 이번 결정은 국내외 금융시장은 물론 새 정부의 정책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기치 못한 전망 하향=재정경제부는 신용등급 자체가 내려간 것이 아니라고 애써 강조한다. 물론 지난해 3월28일 Baa2에서 2단계 뛰어오른 A3등급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아무리 전망이라고 해도 3개월만에 두단계나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11월15일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로 오르며 등급 자체의 상향조정까지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돌아왔다.
무디스는 전망 하향의 요인으로 북한 핵문제를 꼽고 있지만 이면에는 보다는 더욱 복합적인 이유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평가단 방문에 앞서 제기했던 촛불시위 등 한국에서의 반미감정과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의구심 등이 총합적으로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정치ㆍ경제 전반에 악영향=경제는 물론 정치적인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과 해외 한국물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다른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무디스는 이날 한국의 주요 은행과 공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전망도 동시에 하향조정했다. 일반 은행들의 등급도 영향권에 있다. 특히 외평채 스프레드(가산금리)가 급등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6일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내리려 했었다`는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의 실언 한마디로 급등할 정도로 한국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도 더욱 더한 정치적 도전을 받게 생겼다. 특히 햇볕정책의 계승과 북한 핵문제에 대한 독자적 입장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갑작스럽 전망 하향조정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한 재경부에 대한 책임론도 예상된다. 재경부는 “일부 무디스 인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한다`고 말했지만 평가위원회 회의는 8명이 참석하는 것이어서 미리 알 길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권교체기라는 민감한 시기에 중대 사안에 대한 판단 미스라는 질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망=무디스만의 특별한 관점인지 아닌지에 따라 의외로 파장이 적어질 수 있다. 당장 S&P와 피치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신용평가회사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어졌지만 무디스가 갑작스럽게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사들이 등급과 전망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국내 정치권이 북한 송금 문제 등에 대한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혁에 합심한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여지도 남아 있다. 모든 것은 앞으로 한달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정책 혼선을 빚지 않고 국내외 시장의 신뢰를 이끌어 낸다면 이번 건은 무디스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신용등급이 경제문제지만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