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사건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소동의 발단은 LS460 모델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상의 지도에 한일간 영토 분쟁이 일고 있는 독도의 명칭이 표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계획적으로 주도한 사건이라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일본 도요타는 한국 소비자에게 큰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백배 사죄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LS460의 내비게이션을 제대로 살펴보면 일정 축적도에서는 독도뿐만 아니라 마라도와 백령도 역시 지도에 표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독도를 일정 부분까지 확대할 경우 독도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나온다. 단지 축적도에 따라 독도라는 섬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명이 나왔다 사라지는 문제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역시 이 같은 반일 감정에 따른 해프닝이 빚어졌었다.
독도 문제로 인해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면서 일부 취객이 한 일본계 자동차 메이커의 전시장 앞에 주차된 차량에 불을 지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신차발표회를 취소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마케팅 활동도 중단하는 등 잔뜩 움츠렸다. 물론 당시에도 네티즌들의 일본산 불매 운동 확산 주장은 반복됐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어떨까. 국내 자동차 업체와 철강ㆍ기계 업체들이 일본에서 반한 감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반한 감정의 재물로 전락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본 역시 반한 감정이 들끓겠지만 감정과 한국산 제품은 철저하게 구별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모두 글로벌 경영을 외치며 해외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이때, 왜곡된 자세는 걸림돌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품질과 경쟁력만으로 해외 경쟁사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우리 기업들에 약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품질만으로 기업과 제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혜로운 자세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