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외유통 지원한다더니… 고작 슈퍼마켓 4곳이 전부

중진공 따라 독일 간 중기 발동동… "알고보니 50유로 이하 매장"<br>중기청, 실적 안좋자 매장수 ¼로 업체들 "배송비 날려… 땡처리할판"<br>온라인쇼핑몰도 1년만에 대행 중단… "한시지원 얘기 못들어" 참가 후회



프리미엄 세제용품을 생산하는 A대표는 업계에서 드물게 친환경 관련 특허를 취득하고 2013년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대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만큼 처음부터 해외로 눈을 돌리려던 시점에 A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권유로 대형유통망 사업에 참가했다. 당해 예상 매출액의 약 10%에 가까운 초보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제품을 생산, 독일로 배송했다.

그 후 KOTRA와 무역협회 등에서는 앞다퉈 소개할 정도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유독 중진공 사업 쪽에서는 기대했던 실적이 나오지 않았다. 의문을 품은 A대표는 중소기업청과 중진공에 지속적으로 문의한 결과 자사 제품이 50유로 이하인 제품만 파는 슈퍼마켓에 진열돼 있는 것을 알게 됐다. A대표는 "프리미엄 한국관이라 기대했지만 정작 현실은 슈퍼마켓 한구석에 온갖 제품을 몰아넣은 상황이었다"며 "해당 물건을 이제라도 자비를 부담해서라도 본국으로 들여와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26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중기청·중진공 해외대형유통망 사업에 참가했다가 당국의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수출비용과 배송비만 떠안으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유통망에 직접 진출한다는 당초 발표와 달리 정작 현지 슈퍼마켓에서 전기·전자, 생활용품, 공산품 등을 한데 모아놓은 한국관을 운영하는 전시행정 탓에 제대로 판로개척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국내에서 옥석을 가려 진출한 제품들이 자리 잡은 곳은 50유로 이하의 저가품만 파는 슈퍼마켓인 에데카 매장이다. 더욱이 2013년 실적이 좋지 않자 기존 16개 매장을 4개로 대폭 줄임에 따라 현지 진출 기업의 실적 향상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탁상행정식 운영으로는 실적이 나오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는 게 중소업계의 주장이다. B대표는 "중진공의 요청으로 수천만원을 들여 제품을 배송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제품을 땡처리라도 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대행해줄 곳이 있는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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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온라인 쇼핑몰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갑작스런 지원 사업 취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현지에 진출한 기업만 해도 2013년 100군데가 넘어 제품으로 따지면 이보다 훨씬 많지만 정작 온라인 담당 대행기업은 한 곳만 운영돼 지원이 미흡했다는 것.

대행기업은 업체 대응, 번역, 온라인 입점·주문, 배송 관리, 판매대금 정산관리 등을 하는 게 주임무다. 하지만 10명 남짓한 직원을 보유한 수출대행업체가 현지 진출 제품들을 모두 관리하다보니 제품 이미지 등록, 상품 정보 번역 및 수록 등 사전작업만 하는데도 벅찼다는 게 업체들의 불만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업체가 중진공과 1년 만에 계약 관계가 종료되면서 기업들은 현지 온라인 판매를 대행해줄 네트워크를 하루아침에 잃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C대표는 "해외진출의 핵심은 유통이고 유통의 핵심은 누구나 유력 바이어들을 아는 만큼 이들에게 경쟁자보다 끊임없이 스킨쉽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이라며 "현재처럼 단순히 수많은 한국업체들의 단순 연락사무소 기능만 하는 한 바이어 확보와 대형 유통망 진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D 대표는 "독일 온라인 사업의 경우 운송비 지원만 1년이라고 공지했을 뿐 지원 사업 자체가 1년만 유지된다고 공지받은 적이 없다"며 "해외 온라인 진출 사업이 단기간에 되는 것도 아니고 1년 만에 자사 부담으로 철수할 줄 알았다면 어느 기업인도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엿다.

이에 대해 관련 지원사업을 기획, 운영한 전홍기 중진공 처장은 "독일 에데카는 현지에 수백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이 현지 진출하는데 적합한 장소로 여겨 애초에 한국관을 샵인샵 형태로 운영하게 됐다"며 "독일 온라인 지원 사업은 중기청과 입장을 조율해 다른 수행사를 찾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해외대형유통망사업=중국·미국·유럽 등 대형유통망에 B2C 위주의 중소기업 진출을 돕는 정부지원 프로그램이다. 현지에 중기전용매장 설립과 유통망 직접 진출을 통해 현지 바이어들이 상시적으로 방문 가능한 장소를 마련하고, 일부 국가는 현지 온라인 유통망 판매와 진출을 돕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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