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이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너무 많다. 최대주주이지만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LG그룹이 외자유치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액면가(5,000원) 미만에 증자할 경우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24일 열린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외자유치건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유보됐다.
가격을 제외한 모든 사안들이 사전에 통보돼 이날 LG가 반대해도 표결에서 통과될 것이란 예상을 깬 것이다. LG의 반대 공세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LG는 헐값논란에 대한 책임문제를 들고 나왔고 사외이사를 비롯한 주요주주들도 추가 협상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가격은 주관적인 개념이고 한 번 정도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한 수준”이라며 축소해석했다. 그러나 3일 이사회에서 LG측의 반대를 물리치고 승인이 난다고 하더라도 주총에서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상되는 시나리오 3가지= 우선 LG그룹의 반대로 외자유치가 무산될 가능성이다. LG는
▲헐값매각
▲기간산업을 외자에 넘겨줄 수 없다는 점
▲외국기업에 넘어가면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사외이사와 주주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할 것이다. 게다가 LG그룹의 현재 지분율은 하나로통신측이 소액주주들을 웬만큼 동원해도 승산이 있는 수준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하나로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지 못하고 영향력도 위축될 전망이다.
두번째는 하나로통신이 외자유치에 성공하는 시나리오. 이 경우 하나로는 외국기업으로서 독립경영의 길을 걷고 두루넷 인수 등을 통해 KT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헐값 매각 시비의 부담이 있고 투자자들이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LG그룹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이다. 그룹차원에서 하나로 이사회 직전에 정홍식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그룹 통신총괄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투자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LG와 AIG컨소시엄이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애타는 두루넷=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 향방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업체중 하나가 바로 두루넷이다. 하나로통신 이사회의 외자유치 승인이 유보되자 두루넷 매각절차가 자동적으로 연기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만약 하나로가 외자유치에 성공한다면 두루넷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못하다면 KT가 나서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