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6일] 홍수환 4전5기 KO승

이종격투기가 새로운 인기 스포츠로 떠올랐다. 2002년 말 케이블TV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종격투기는 짧은 시간 안에 청ㆍ장년층이 열광하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사랑이 움직이는 것’처럼 스포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프로스포츠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다. 특히 프로스포츠에서 승자와 패자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1970년대 프로레슬링과 함께 프로권투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국내총생산이 500억달러에도 못 미치던 시절. 국가 경제는 보잘 것 없었고 세계 무대라는 게 왠지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던 때였다. 그래서 세계 무대에 나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세계 챔피언’은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고 희망과 용기를 줬다. 지치고 힘든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동생 혹은 형이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날에는 전 국민이 열광하고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세계 타이틀 경기가 생중계되는 날이면 거리는 한산했고 버스와 택시도 운행을 멈추고 집으로, 인근 다방으로, 식당으로 모여 텔레비전 앞에서 목이 터져라 고함치며 우리의 아들들을 응원했다. 1977년 11월26일은 3,000만 국민이 모두 흥분한 날이었다. 지금도 멀게만 느껴지는 파나마에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의 홍수환 선수가 4전5기 끝에 울린 승전보는 왜소했던 우리의 어깨를 펴게 하기에 충분했다. 상대는 헥토르 카라스키야, 별명은 ‘지옥에서 온 악마’였다. 그가 쓰러질 때 우리도 쓰러졌고 그가 일어섰을 때 우리도 함께 일어섰다. 네 번이나 링에 쓰러졌을 때 우리는 포기했다. 그러나 홍수환은 외롭게 혼자 일어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카라스키야를 몰아붙여 결국은 KO로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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