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28)씨는 최근 초고속인터넷 요금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매월 3만원의 요금을 냈지만 이달에는 무려 10만원의 요금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사용내역을 꼼꼼히 살펴보니 구매하지도 않은 게임 아이템 결제 명목으로 7만원의 요금이 추가됐다.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이 같은 초고속인터넷 소액결제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 카페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도한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청구됐다는 내용의 피해 신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는 초고속인터넷 요금에 포함되는 소액결제의 경우 철저한 본인인증 절차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디ㆍ비밀번호ㆍ주민등록번호만 제시하면 온라인에서 7만원 한도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내 초고속인터넷 요금 소액결제에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는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을 통해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이름ㆍ아이디ㆍ주민등록번호ㆍ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제휴 보험사 등에 제공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시켜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입 당시에 약관을 제대로 읽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자신도 모르게 동의해버린다. 보험사 등에 건네진 개인정보는 또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쉽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모집하는 대리점들도 개인정보 유출 창구로 지적된다. 대리점들은 여러 회사의 가입자들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많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용된 아이디 등 개인정보는 주로 게임사이트에서 아이템 결제용으로 사용된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소액결제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악용되기도 한다. 통신업체들은 현재 소액결제 월 사용한도를 7만원으로 묶어두고 있다.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려면 초고속인터넷 업체에 “소액결제를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고지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업체ㆍ게임사이트ㆍ결제대행업체 등은 부당한 소액결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아예 소액결제 서비스를 차단해놓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