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화사업자 대주주 비상임이사 참여배제(논쟁)

정보통신부가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국전화사업자의 주요 주주는 비상임이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자 관련업체들이 경영권제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기간망을 갖고 있는 전화사업자를 특정업체의 지배하에 둘 수 없다는 정통부의 의견과 주주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위헌소지가 있다는 기업들의 주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업체들은 최근 전경련에서 모임을 갖고 전기통신사업법의 관련조항을 삭제할 것을 공식요구하고 나섰다. 주요 주주의 비상임이사 자격제한을 둔 이유와 이에 반대하는 업체들의 주장을 들어본다.<편집자 주>◎찬성/국가기간통신망… 공익성 당연/소유·경영분리로 소액주주 권한보호/외국기업서 장악땐 기밀누설 우려 커/주총 등 의사결정기구 정부 참여금지 법으로 규정/석호익 정통부 정책심의관 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전국적인 유선전화망을 보유한 전화사업자는 주주협의회를 신설하고 이사회의 과반수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되 당해 전국전화사업자의 중대한 이해관계자는 비상임이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바람직한 전국전화사업자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통부는 이번 개정안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원의 면밀한 정책적 연구와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등 법률개정에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이어 입법예고한 동법 시행령에서는 비상임이사가 될 수 없는 중대한 이해관계자로 주주협의회 구성원인 대주주를 규정하는 한편 중·소주주는 비상임이사가 될 수 있도록해 소액주주의 권한을 보장했다. ○WTO체제 대응책 필요 당초 정부법률초안은 중대한 이해관계자는 비상임이사의 결격사유로서 시행령에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국회통과위에서는 대주주중심의 주주협의회가 이해관계자·연고자 중심으로 비상임이사를 추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당시 국회에서 동시에 심의중이던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과 균형을 맞춰 법률에 규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규정토록 했다. 정통부가 이번 법령개정을 한 기본취지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에 대비해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국가기간통신망인 유선전화망이 외국자본이나 특정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예방하고 국가비상시의 생존성 확보, 정보독점 또는 국가정보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대주주의 전국전화사업자 지배에 따른 전횡을 방지하고 중·소주주의 권한을 보호하는 한편 소유와 경영진의 변동에 관계없이 기업 및 종사자의 안정성을 확보해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현재 전국전화사업자의 기업구조는 이사회가 전문경영인이나 상임이사 중심으로 구성된 기업의 경우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과 관계없이 자의적 경영을 하더라도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고 반대로 이사회가 대주주중심으로 구성된 기업의 경우 다수주주가 경영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하여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이 이뤄지지 않아 효율적 사업추진이 곤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러한 정책목적과 현실문제 해결을 위해 주주의 권한강화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의 조화를 목표로 개정법령은 주주총회제도를 보완해 주주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13인 이내의 대주주·소액주주 대표 및 우리사주조합의 대표자로 구성된 주주협의회를 도입한 것이다. 동시에 이사회의 과반수이상을 비상임이사로 구성하도록 하되 주주협의회에 참여하는 대주주는 비상임이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해 대주주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 전문경영체제를 마련했고 특히 민간기업의 경영노하우 도입을 통한 경영효율화를 위해 증권거래법상 상장법인의 임원 경험이 있는 자를 비상임이사의 제1자격요건으로 규정했다. 주주협의회 구성원인 대주주의 비상임이사 참여제한의 주주권 침해여부는 법률전문가의 검토 결과 대주주의 재산적 이익이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주주권 침해가 아님이 확인됐다.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 또한 대주주가 주주협의회를 통해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있으며 시행령안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지나친 경영참가는 경영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경영진의 의견과 주주의 경영참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의견이 조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주협의회를 구성하는 주주는 비상임이사에서 제외하되 대주주들로 구성되는 주주협의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즉 대표이사 또는 비상임이사의 추천 및 해임건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견제출, 대표이사와의 경영목표관련 계약체결 및 주주이익과 관련된 중요사항의 심의를 주주협의회가 담당하도록해 그 기능을 강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주주의 실질적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통제기능을 향상시켰다. ○고품격 서비스 등 제공 선진국의 경우도 전화사업자의 공익성 확보를 위해 일반주식회사와 다른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제도를 의무화하고 있고, 영국과 뉴질랜드 정부는 대표적 전화사업자의 특별주를 보유하여 일정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국전화사업자 관련규정이 정부간섭을 강화한다는 민간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국전화사업자의 주요의사결정기구인 주주협의회, 대표이사, 주주총회 등에 정부가 참여할 수 없도록 법령으로 규정했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정통부는 그동안 통신사업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자율적 시장경쟁에 의한 통신서비스의 효율화를 추진해 온 바 있으며 특히 데이콤, 온세통신, 하나로통신 등 전국 전화사업자는 통신시장 경쟁의 핵심인 요금결정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시장경쟁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영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현직공무원을 비상임이사로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여 전국전화사업자의 경영자율성을 보장할 방침이다. □약력 ▲52년 경북 성주 출생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행정고등고시(21회) 합격 ▲대통령 경제비서실 행정관 ◎반대/주주 경영배제 “주주권 침해다”/민간자본출범 기업에 정부간섭 안돼/책임경영 어려워 경쟁력약화 불보듯/현행 동일인지분 제한만으로 공익성제고 가능/이용환 전경련 이사 정책결정은 세계화와 민영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야 하고 그 사회가 추구하는 원칙, 즉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특히 경제정책은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제도로서의 안정성을 가져야 한다. 이상에 치우쳐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도입할 때 정책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뿐아니라 부작용만 초래된다. 데이콤,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 전화회사 주요주주를 비상임이사로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러한 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민영화 흐름에 역행 정보통신부는 「전화회사는 이사의 과반수를 비상임이사로 해야하며 전화회사의 주요주주는 비상임이사로 참여할 수 없다」고 입법예고하고 있다. 소위 사외이사를 의무화한 것이다. 현재도 지분이 10%로 제한되어 지배주주가 없어 사실상 정부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대표이사가 상임이사를 지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가 비상임이사로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주주는 자본금만 내고 경영에는 제외되는 것이다. 비상임 이사를 선임하는 취지가 주주측의 의견을 바로 경영에 반영하여 대리인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인데 주주의 비상임이사 참여금지는 법개정취지에도 어긋난다. 주주가 경영에서 배제되면 책임경영이 어렵고 정부의 간여가 제도화되어 그간의 공기업이나 은행의 사례로 볼 때 전화회사의 경쟁력약화로 귀결될 것이며 통신사업의 개방을 앞두고 외국경쟁회사만 유리해 질 수 있다. 정부는 전화사업의 공익성 때문에 불가피하며 주주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주협의회를 설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통신사업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고 주주협의회는 통신사업에 참여하는 동일지분의 주주들로 구성되어 있어 주주협의회에서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정부의 영향에 움직일 소지가 많다. 정부의 논리대로 보더라도 소유와 경영의 인위적인 분리가 공익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동일인 지분한도가 엄격하고, 정부가 전화회사에 포괄적인 규제와 감독을 할 수 있는 현행 제도로도 공익성 제고는 가능하다. ○공기업 경영효율 낮아 또한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비상임이사로 참여한다고 해서 이들의 전문지식이 기업경영력을 높여준다고는 할 수 없다. 기업경영에는 자금조달, 기술, 영업, 장기전략과 사업기회를 포착하여 결과를 얻는 경영능력이 요구되는 것이지 일반적 전문지식은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현재 교수 등이 공기업의 비상임이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공기업의 경영효율은 낮은 편이다. 이같은 문제외에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법리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주주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주주가 배당을 받고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는 시장경제의 기본축이다. 설령 공익상의 필요에 따라 그 권리를 제한하더라도 꼭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공익성은 지분한도와 정부의 감독으로 유지할 수 있다. 지분한도를 법으로 정한 것도 주식회사의 기본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주주권행사의 제한은 헌행 법에서 보장한 재산권행사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전화사업보다 훨씬 공익성이 강한 방송업에도 동일인 지분한도및 의결권 제한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사외이사 도입 자율화 또한 전화사업은 무선통신이나 내년부터 허용되는 인터넷폰과 같은 별정통신사업자와 경쟁관계에 있게 되는데 전화사업자만 공익성을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에도 위배되며 경쟁을 제한하게 된다. 전화사업의 지배구조는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을 답습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법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공기업이 아닌 민간자본으로 출범한 전화사업자에게 기업의 자율적인 영역을 정부가 규제해서는 안될 것이다. 두번째 제도의 안정성과 입법절차상의 문제이다. 정부는 사업권 허가사에는 경영권 제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기업이 거액을 출자하자 경영권을 포기하라고 하고 있다. 신규전화회사가 내년에 증자하게 되면 주요주주는 1천2백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의 경영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이다. 또 법률 개정 당시 예고되지 않았던 내용을 마지막 순간에 삽입하여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 입법과정의 투명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이렇게 정책의 신뢰도가 저하되면 많은 민자유치사업에도 차질을 야기할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이러한 독소조항이 있으므로 우선 시행령의 「중대한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축소하여 전국 전화사업자의 주주도 비상임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문제의 근원을 해소하기 위하여 모법의 관련조항을 조속히 삭제토록 해야 한다. 사외이사는 법으로 강제하기 보다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하고 정부는 규제 우선의 논리보다는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먼저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약력 ▲49년 충남 당진 출생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아이오아대학 경제학과 졸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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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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