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이 너무 빨랐었나. 26일 외환시장은 불안감으로만 따지면 포격 직후보다 오히려 더한 모습이었다. 포격 다음날만 해도 과도할 정도의 학습효과를 드러내면서 급속하게 안정감을 찾았던 외환시장은 이날 살얼음판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극도의 긴장된 모습을 나타냈다. 시장은 오전까지만 해도 심할 정도의 불안감은 보이지 않았다. 역외선물환시장(NDF)을 중심으로 달러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지만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 역시 만만치 않게 나오면서 상승폭을 제한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1,140원대에서 근근이 버텼다. 하지만 오후장 들어서면서 상황은 돌변하기 시작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강경 반응 소식, 즉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남북관계가 전쟁전야의 험악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환율은 삽시간에 치솟기 시작했다. NDF는 물론 은행권에서까지 일제히 달러 사자 대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오후2시12분22초. 환율은 금세 1,165원50전까지 수직 상승했다. 순간적으로 장악했던 극도의 긴장감이 조금이나마 풀린 것일까. 환율은 3분도 안 돼 10원 가까이 급락했다. 달러화는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인식으로 이번에는 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팔자 물량을 내놓으며 반락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으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장 후반에는 주말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시 엄습하면서 상승 곡선으로 바뀌었고, 결국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1원70전이나 급등한 1,159원50전으로 마감했다. 시장에 확실하게 드러난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수급 주체 간에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가 오간 셈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포격 이후 시장은 상황에 대해 다소 안일하게 접근했고 과도한 학습효과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설령 아무 문제 없이 끝나더라도 과정상의 불안함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팽배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불안함은 외국계가 더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지탱해주고 있지만 외국인이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다소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며 "외국인은 지금 달러 매수 패턴을 굳게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 딜러는 "28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불러올 경우 잠재돼 있던 외국인의 불안심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더라도 당분간은 움직임의 곡선 기울기가 빠르게 내리막길로 바뀌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훈련이 끝나더라도 유로존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분위기가 단숨에 아래쪽으로 달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로존 위기에 뒤이은 북한 리스크. 시장은 당분간은 숨막히는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