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 쇠고기 등급 속여팔아도 "속수무책"

수입산은 등급표시 의무 없고 제재도 힘들어…<br>국내산도 적발해도 소액 과징금 부과그쳐<br>"원산지 표시와 함께 철저감독 불신 해소해야"


美 쇠고기 등급 속여팔아도 "속수무책" 수입산은 등급표시 의무 없고 제재도 힘들어…국내산도 적발해도 소액 과징금 부과그쳐"원산지 표시와 함께 철저감독 불신 해소해야" 김현상 기자 kim0123@sed.co.kr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에 대응해 정부가 원산지 표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등급 속여 팔기에 대해선 사실상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산 쇠고기를 비롯한 수입산 쇠고기의 경우 판매업자가 등급을 표시할 의무가 없어 등급을 속여 팔더라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산 쇠고기의 경우도 음식점을 제외한 정육점 등 식육판매업소에 한해서만 등급표시 의무가 있는데다 이마저도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않고 있어 제도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쇠고기 등급표시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영업자준수사항에 의거해 국내산 쇠고기에 한해서만 정육점 등 식육판매업소에서 등심, 안심, 채끝, 양지, 갈비 등 5개 부위의 등급을 표시해야 하며 수입쇠고기는 이 조항에서 제외돼 있어 등급을 속여 팔아도 소비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품질에 따라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등 3개 등급(가공용 제외)으로 나눠지며 각 등급마다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호주산 쇠고기 역시 곡물사육기간 및 마블링 상태를 기준으로 통상 5개 등급으로 나눠 수입되는데 이 역시 각 등급에 따라 약 10%씩의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수입쇠고기 판매업자가 이러한 등급간 가격차를 이용해 하위 등급의 수입육을 높은 등급으로 속여 팔더라도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축산물위생팀 관계자는 “수입산 쇠고기의 경우 각 나라마다 등급판정기준 및 체계가 달라 등급표시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 수입육의 등급표시 의무도 충분히 검토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산 쇠고기 역시 등급표시 의무가 없는 일반 음식점을 중심으로 등급을 속여 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산 쇠고기는 육질에 따라 1++, 1+, 1, 2, 3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지난 2일 기준 최고 등급인 1++등급의 경우 경락가격이 kg당 1만7,113원대, 1+등급은 1만5,218원, 1등급은 1만3,231원이며 하위 등급인 2등급과 3등급은 각각 1만211원과 6,503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각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식당에서는 이를 표기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1++ 등급만 취급한다고 홍보해놓고 이보다 낮은 등급의 고기를 팔아도 소비자들은 제값을 주고 먹는 지 알 수가 없다. . 국내산 쇠고기의 등급표시 의무가 있는 정육점 등 식육판매업소에 대한 관리 감독도 허술하다.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수사권을 갖고 원산지표시 단속을 하고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는 달리 등급표시의 단속 주체인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수사권이 없어 위반사례를 적발해도 행정처분권한이 있는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등급표시의 단속권한을 갖고 있지만 담당인력이 부족한데다 지역 상인들의 여론을 의식해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최근 원산지 표시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등급표시에 대해선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며 “원산지표시뿐 아니라 등급표시에 대한 부분까지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우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협회 유통감시단이 전국 6,840개의 식육판매업소를 점검한 결과, 이 중 14%에 달하는 974곳이 쇠고기의 등급을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원산지 표시규정 위반으로 적발된 456곳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