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포스코가 선진 철강업체로부터 기술을 수입하는 등 빚을 져 왔는데 이제 그 빚을 완전히 갚게 됐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최근 기존의 용광로공법을 대체하는 신개념의 파이넥스 ‘파이넥스’(FINEX) 공법 발표회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2006년부터 실용화에 들어갈 예정으로 세계 철강기술의 흐름을 바꿀 만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공법 개발로 조강능력 뿐만 아니라 핵심 철강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철강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그동안 후발주자로서 선진 철강업체들을 따라잡는 ‘캐치 업’(catch up) 전략으로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도입해 단기간내 생산성을 높여왔다. 생산성과 원가측면에서는 경쟁력이 탁월했지만 철강 핵심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선진 철강업체에 의존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파이넥스 공법 개발로 지난 30년간의 기술도입 시대를 마감하고 철강제조기술의 ‘자주독립’을 실현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 축적된 제철 노하우가 그대로 용융된 결정체일 뿐 아니라 앞으로 포스코의 성장과 혁신을 확산 발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10년내에 중국 이외에도 인도 등 철강수요 성장지역을 대상으로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대규모 생산기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철광석을 덩어리 형태로 가공하는 소결공장이나 유연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화성공장이 필요없기 때문에 이 공정에서 주로 많이 발생하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분진 등의 공해물질 발생을 거의 줄일 수 있다.
2006년께 상용화가 되고 실질적인 검증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이 회장은 “몇년뒤 더 좋은 기술이 새로 나올 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가장 훌륭한 기술”이라며 “파이넥스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경우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파이넥스 공법에 대해) 많은 나라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5년내 파이넥스 공법의 중국수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의 경우 중소형 철강업체들이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에 직면해 있어 기존 용광로 공법과 비교할 때 90% 이상의 환경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는 파이넥스 기술이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1차로 15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1기 설비에 이어 2010년부터 포항제철소 고로들을 차례로 파이넥스 설비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 경우 포항제철소는 세계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제철소로 탈바꿈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최신 설비를 갖춘 광양제철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회장은 포스코 경쟁력의 원천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첨단설비를 갖춘 광양제철소”를 가장 먼저 꼽을 정도다.
특히 광양제철소는 2007년 자동차강판 500만톤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제선부터 기술연구소까지 관련부서가 모든 역량을 집중 투입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강판 생산에 ‘올인’하고 있다.
냉연공정 역시 최근 용융아연도금강판으로 전환하고 있는 국내외 자동차사의 요구에 맞춰 조업ㆍ품질ㆍ연구소 합동으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자동차강판 5대 결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 개발을 위해 지난 92년부터 준비를 해 왔고 매년 연구개발 비용으로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