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가 고유가ㆍ고금리ㆍ약달러의 해외발 트리플 악재에 노출돼 있다.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국제유가는 국내경제에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해외금리 상승은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의 해외자금조달 코스트를 올라가게 한다. 달러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들 3대 악재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한국 경제의 관건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증산을 결정했지만 하루 50만배럴의 증산물량으로는 국제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에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치솟았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충분히 늘리지 않을 경우 내년 중에 유가는 1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며 당초의 유가 100달러 돌파 시기를 앞당겼다. 우리 경제도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대비하며 내성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의 직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0월물 가격은 74센트(1.0%) 오른 78.23달러로 마감, 지난 83년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 수입물량이 많은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이날 전날보다 76센트 오른 배럴당 72.21달러로 사상최고를 경신했다. OPEC은 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고 하루 생산량을 현재의 2,670만배럴에서 오는 11월부터 50만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OPEC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 수준이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OPEC의 증산만으로는 공급부족을 채우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국제유가 전망은 우울하다. BNP파리바의 원유 브로커인 톰 벤츠는 “시장이 급증하는 원유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하루 50만배럴 이상의 추가 증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미 기치를 드높이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유가 100달러 시대를 자신한다. 아담 시민스키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유 수요가 확대되는 반면에 비OPEC 국가들의 석유생산이 부진해 국제유가는 2010년까지 상승행진을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의 유가 강세는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수요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중국과 중동 등 비(非)서방국가들의 ‘쌍끌이’ 수요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0~2006년 전세계 하루 석유수요 증가량 800만배럴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양은 12.5%에 그치고 대신 중국이 32%, OPEC 산유국들이 22%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10%선에 달하는 중국의 고도성장과 중동국들의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가 주요인이다. 산유국 가운데 반미세력이 힘을 얻어나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국가의 목소리가 약해지는 것도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날 OPEC 회의에서 사우디ㆍ쿠웨이트 등 친미국가들은 선진국의 경제안정을 위해 많은 양의 증산을 주장했지만 이란ㆍ베네수엘라ㆍ리비아ㆍ알제리 등 반미 성향 산유국들의 반대로 하루 50만배럴의 증산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 또 OPEC의 자체 기름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박청원 산업자원부 석유산업팀 과장은 “OPEC 국가들에서는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달러에 힘입어 경제가 성장하고 산업투자가 늘어나면서 자체 원유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2006년 사이 세계 석유소비증가분(800만배럴)의 22% 정도를 OPEC 회원국들이 소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은 12.5%, 중국 3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