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소유·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가닥잡히나

◎「보람은행식 공동지배」 가능성/다수재벌 참여 허용 “상호견제”/주인찾기·사금고화 방지 해결/대주주 담합·여신편중등 부작용 우려도정부의 은행 소유·지배구조 개편방향이 「보람은행」식 공동지배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율을 현재(4%)보다 확대하고 경영참여를 보장하되 다수 재벌(기업)이 상호견제토록 해 은행이 특정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강력히 차단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은행설립과 관련된 자본금기준, 대주주기준 등을 마련한뒤 정부인가를 통해 은행 신설도 허용키로 했다. 이와관련, 내년중 금융전업기업군의 은행진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으면서 외부압력에 대항할 수 있는 튼튼한 경영주체도 찾아준다는 내용으로, 양립하기 힘든 두가지 정책목표 사이에서 나름대로 접점을 찾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재경원은 우선 행장선임과 관련된 주주들의 발언권을 강화해 은행의 경영주체를 찾아주는 방향으로 비상임이사회제도를 개편키로 했다. 5대재벌의 비상임이사회 참여를 허용하고 대주주참여율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은행장추천권을 가진 비상임이사회는 현재 대주주 50%, 소수주주 30%, 공익대표 20%로 구성돼 있다. 동일계열은 지분율에 관계없이 한사람만 비상임이사회에 파견할 수 있고 5대재벌은 비상임이사회에서 들어갈 수 없다. 강경식부총리는 보람은행식 비상임이사회 구성 방법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람은행은 LG(지분율 7.58%), 두산(7.46%, 두산신협 3.88% 별도보유), 코오롱그룹(5.80%) 등 3개재벌이 과점지배 체제를 이루고 있다. 비상임이사도 각 그룹별로 2명씩 파견하고 있다. 5대그룹에 속하는 LG가 들어가 있고 지분율도 4%를 넘으면서 계열파견 비상임이사가 2명씩으로 주주들이 은행장 선임 등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3개그룹의 과점체제여서 특정재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보람은행처럼 투금사에서 전환한 하나은행도 삼성그룹(지분율 3·42%)이 비상임이사를 파견하고 있다. 동원그룹도 5.8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물론 보람은행처럼 과점체제를 허용할 경우 재벌그룹들이 담합해 개별은행을 지배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예컨대 3개재벌이 3개은행의 대주주가 된 뒤 하나씩 지배하는 쪽으로 담합하는 경우가 예상될 수 있다. 재경원은 이같은 사례를 막는 장치를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기관투자가의 비상임이사회 참여는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생명보험의 경우 96년말 현재 조흥은행(2.482%), 서울은행(3.338%), 상업은행(4.21%), 제일은행(3.907%) 등 거의 모든 시중은행에서 사실상 최대주주의 위치를 누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고객의 돈을 관리하기 위해 주식을 취득했는데 이를 자칫 소속그룹의 이익을 위해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지분율한도는 현행 4%를 예외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예외취득 한도의 경우 금개위가 제시한 10% 상한선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경원은 재벌그룹의 은행경영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된 만큼 은행과 대주주와의 거래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주주여신에 대한 감독장치강화와 다른 은행이나 금융기관을 통해 실질적으로 대주주에게 대출하는 다리거래(브리지론)를 감시하는 장치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내년말까지 외국인의 은행설립이 허용되는 개방 일정을 감안, 먼저 대내개방부터 시행키로 하고 자본금 요건, 대주주 요건 등을 규정한뒤 내년중 은행설립을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와관련, 현행 금융전업기업가 대신 금융전업기업군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산업자본과 연결되지 않은 기업군에 대해 은행설립을 허용할 경우 동양그룹과 교보그룹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설되는 은행도 재벌그룹에 의한 단독지배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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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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