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더 이길 수도 있지만

제9보(124~161)


아마도 장쉬는 중원 일대에 이렇게도 큼지막한 흑집이 생길 줄은 몰랐던 것 같다. 다카오 자신도 이토록 멋지게 중원을 싸바르게 된 것을 놀라워했다고 한다. 흑35가 놓일 무렵 한국기원 검토실의 윤현석9단은 흑의 반면 10집 승리확정을 단언하고 있었다. 사실은 흑이 더 많이 이기는 수순이 있었지만 다카오는 굳이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흑35로 참고도1의 흑1 이하 9로 두었더라면 더 차이가 났을 것이다. 실전은 1백98수로 끝났지만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 서봉수9단은 장쉬의 패인을 과감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이 중원을 삭감하는 착상이 안일했던 것이다. 앞에서 한번 소개한 가상도를 서봉수는 다시 만들어 보였다.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14까지가 그것. 이 코스였다면 우하귀가 모두 흑집이 되지만 중원의 흑진이 모두 지워지므로 백이 유망한 바둑이었다. 실전은 백이 1이 아닌 A로 두고 흑에게 1의 자리를 당한 것이었는데 바로 그 순간에 승부가 결정되어 버렸던 것이다. “장쉬가 이 바둑에서 아주 중대한 것을 깨달았을 거야. 지난 번에 이창호의 대세력 바둑에 당하더니 다카오에게도 같은 식으로 당했거든. 원래 장쉬는 대세력 같은 것은 우습게 보는 사람인데 이번에 그 인식이 바뀌었을 거야.”(서봉수9단) 161수이하줄임 흑4집반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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