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외국자본도 사회공헌 힘써야


최근 국내시장의 상당 부분을 외국자본 및 외국 금융기관이 지배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대폭 개방됐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은 국내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해서 기업 및 금융기관들을 인수합병(M&A)해왔다. 그중에는 시티은행,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다국적 금융기관이 있는가 하면 GMㆍGE와 같은 초일류 거대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한국 경제에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경제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러한 긍정적 역할 때문에 오늘날 선진국ㆍ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이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의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외국자본 중에는 단기수익 극대화를 위해 국내시장에서 투기를 일삼는 등 지나치게 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먹튀족'도 없지 않다. 외국자본이 철저하게 수익성ㆍ안전성 위주로 투자하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외국투자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배타적인 국민정서나 편파적인 규제는 경계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에 의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흔히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ㆍ기술 및 경영 노하우 이전 등으로 환영을 받는다. 투기자본과 달리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 장기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한다. 이런 목적을 위해 주재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현지화를 하는 등 외국자본에 대한 배타적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 금융자본의 국내 진출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들이 한국 경제 선진화에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그만큼 사회적 기여도 커져야 한다. 외국자본이 언제까지나 손님으로 행세해서 대우만 받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본국으로 돈을 빼돌리는 데만 급급하고 사회환원에 너무 인색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ㆍ납부한 1,420개 외국 기업은 1개 업체당 4,383만원의 접대비를 지출했지만 기부금은 259만원에 그쳤다. 기부금이 접대비의 17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접대비는 펑펑 쓰면서 기부에는 인색한 셈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법인세를 낸 국내 기업 44만 23개는 업체당 1,742만원을 접대비를 쓴 반면 평균 기부금은 796만원이었다. 접대비가 기부금의 17배라는 건 수단을 안 가리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됐을 뿐 재투자나 기부를 통해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려는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외국계 명품 업체들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떼돈을 벌면서도 기부에는 극히 짜다. 이들 중에는 심지어 지난 6년간 지역사회에 한 푼도 기부하지 않은 업체도 있다. 씨티ㆍ외환ㆍSC제일은행도 지난해 사회공헌 실적은 당기순이익의 2.4%에 그친다. 가계부채 제한이나 중소 기업 대출 확대 등 시장안정을 위한 금융감독당국 지침에는 오불관언(吾不關焉) 무시하면서 제 잇속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는 얘기다. 외국 기업들의 한국 사회 기여도가 국내 재벌이나 금융회사들보다 훨씬 미미하다는 건 더 이상 좌시할 일이 아니다. 그들도 대부분 본국에서는 '착한 기업'으로 사회공헌도 적지 않게 하고 있다. 한국에서 돈을 벌면서 한국인을 봉으로 여기는 외국 기업은 한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리 없고 존중 받기도 어렵다. 예컨대 은행들은 선진국에서 영업할 때에는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강화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오로지 수익 극대화에만 노력을 기울이고 국내시장에서 무임승차를 일삼는다. 금융기관은 공식ㆍ비공식적으로 국가의 공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가진다. 그뿐 아니라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참여자는 누구든 스스로 시장질서를 건전하게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한 노력이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해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자본도 국내 기업과 함께 한국 사회에 적극 공헌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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