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정부와 언론의 공생

역사적으로 신문은 사회 변화에 따른 특정 이념을 지향하며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한 정론지로 존재해왔다. 따라서 귀족계급이 보는 신문과 노동계급이 보는 신문은 달랐다.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신문의 대중화를 이끌어냈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흥미 위주의 기사 편성으로 신문은 탈정치화했다. 오늘날 뉴미디어와 방통융합매체의 등장이 신문의 영향력을 아무리 약화시킨다고 해도, 심층해설과 논평을 통해 사회 감시와 상관조정 역할을 하는 주요 매체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신문은 다른 뉴미디어와 달리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여론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사회 체제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신문이 중립적이고 당파성이 없는 듯 선언하고 행세하지만 실제로 거의 모든 신문은 당파적이다. 유럽의 신문들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편파적이고 정치적이다. J.H. 알철(Altschull) 인디애나대 언론학 교수는 ‘지배권력과 제도언론’에서 “언론이란 본질적으로 체제의 산물이며 권력의 이익에 봉사하는 도구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즉 어느 시대나 어느 체제를 불문하고 언론은 본질적으로 권력 의지를 위한 이데올로기 언론, 제도언론으로서 기능해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언론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더라도 언론은 정부와의 공생 관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 만일 정부가 언론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언론은 제 기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신문이 보도하는 정보의 60%가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 제공되는 것처럼 정부와 언론은 상호 보완적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의 정보를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특정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언론을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언론의 정부 비판과 정책 대안을 수용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을 실제 수정할 수 있어야만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이야기’가 모든 신문을 도배하고 있을 무렵, 언론인 출신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동안 언론은 뭐했냐”며 사회 감시 책무 태만을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아무쪼록 정부가 비판과 함께 언론의 의견을 수용해 건강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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