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상으로 엮어본 미래 어느 회사원의 하루

◎위성휴대통신 시스템 이용/시간·장소 구애받지 않고/강의­토론 참여하며 전원생활서기 2005년 가을 어느날. 전라북도 무주의 산골마을. 서울 S사에 재직하고 있는 회사원 정보씨(남·42)는 지난 10월 이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다. 살인적인 교통체증과 공해를 피해서다. 그렇다고 그가 이곳에 오기 위해 S사를 그만 뒀다고 짐작하는 것은 오해다. 어느 소설의 주인공인 구보씨 처럼 도시생활의 패배자라고 여기는 것도 섣부른 판단이다. 오히려 그는 이 곳에 오면서 더욱 도시적인 삶을 살고 있다. 회사원이라는 직업 외에 대학교수, 소설가, 미술평론가 등 도회냄새가 물신한 직업을 3개나 더 얻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에 사는 사람보다 더 높은 전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을 조금만 더 맡아달라는 주문도 쇄도한다. 이를테면 그는「전원 속에서 도시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은 그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제3세계 소설의 거봉이자 10년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옥타비오바스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거장과 점심을 먹으며 고담준론을 펼칠 생각을 하면 꿈만같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 위해 하루 이상을 소비하며 남미까지 날아갈 필요가 없다. 그대신 텍스트는 물론 음성 동화상까지 자유자재로 송수신할 수 있고 현실과 똑같은 3차원의 가상현실(VR)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자신의「비서시스템」에 들어간다. 손바닥 크기의 고성능 PC 및 한 쪽 벽면만한 대형 모니터 그리고 위성휴대통신(GMPCS) 등 최첨단 정보통신수단으로 무장돼 있는 비서시스템은 화상회의 및 가상현실을 통해 옥타비오바스를 연결해준다. 물론 옥타비오바스의 집무실에도 이와 비슷한 장비들이 있다. 특히 집안에서는 물론 집밖에서의 통신도 가능하다. 초고속정보통신망 외에 손바닥 안에 꼭 들어오면서 저궤도위성을 통해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신을 가능케 해주는 GMPCS단말 덕분. 점심을 먹으며 옥타비오바스와 제3세계 문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친 그는 이를 토대로 J대학 문창과 학생을 상대로 「세계문학론」 수업을 진행한다. 당연히 정보씨는 무주에 있고 학생들은 자기 집에 있다. 소재는 제3세계 문학이고 교재는 인터넷에 실려 있다. 방금전 정보씨와 옥타비오바스가 펼친 토론도 그의 인터넷홈페이지에 탑재돼 교재로 활용된다. 수업을 끝낸 그는 또다른 직장인 S사에 「출근」한다. 물론 비행기나 고속버스는 필요없다. 시간에 대한 제약도 없다. 맡은 일만 하면된다. 일하는 장소는 초고속정보통신망 및 저궤도위성으로 연결된 S사 인터넷 홈페이지라는 가상장소다. 광고회사인 S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한 자동차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실려 있다. 이번에 자동차회사인 H사가 S사에 광고를 의뢰한 제품이다. 경쟁제품과의 특징, 광고소구대상, 광고소재 등등. 카피라이터인 정보씨는 이를 토대로 가장 매력적인 광고문구를 뽑아 홈페이지 한 귀퉁이에 올려놓는다. 2005년,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전국을 커버하고 저궤도위성통신 등 최첨단 정보통신수단이 상용화했을 경우를 고려해 가상으로 꾸며본 정보씨의 하루다. 그러나 가상만은 아니다. 이미 이중의 일부는 상당히 현실화단계에 들어섰다.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펼쳐질 꿈의 21세기는 어쩌면 상상보다 훨씬 엄청난 사회를 선보일 것이다.<이균성>

관련기사



이균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