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실적평가등 선진시스템 잇단 도입'수익 중심의 경영에 사활을 건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은행장들은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든지 맨 먼저 '수익성'이란 말부터 입에 올린다.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지상과제로 내세워 직원들을 다그치고 있다.
이처럼 은행장의 능력은 부실을 최소화 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기본축으로 하며, 다른 한편에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이른바 '수익창출 능력'을 잣대로 평가된다.
금융환경이 변화하면서 우량은행들끼리, 또는 우량ㆍ부실은행간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금융지주회사로 새 출발을 한다고 해도 부실이 늘어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지 못하면 갈수록 살벌해지고 있는 시장경쟁에서 살아 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 은행들이 인사와 조직은 물론 영업형태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혁신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모든 부문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구조조정 상처 딛고 선진 경영시스템으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은행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부실이 쌓이면 아무리 우량한 은행이라도 결국 쓰러지고 만다는 교훈을 얻었다.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주는 대표적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역시 리스크(신용위험) 관리에 소홀하거나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만다.
같은 맥락에서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분야가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지금까지도 이 분야에 가장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천리안'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는 조흥은행의 '균형성과표(BCS) 시스템'. 이 시스템은 10개 사업본부와 34개 지역본부의 실적을 수시로 평가해 즉시 알려준다.
리스크 현황과 당기순이익 뿐만 아니라 고객만족도, 여신승인 소요시간, 직원 1인당 지식마일리지 등 은행영업과 관련한 모든 지표가 컴퓨터 화면에 한꺼번에 떠오른다.
은행장은 이 화면을 보고 (빨간색으로 표시된) 취약부분에 대해 해당임원이나 영업점장에게 주의 내지는 충고를 준다.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실적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깨닫고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직원 성과측정 시스템이나 부실기업 조기경보 시스템 등 선진 경영시스템들을 잇따라 도입하거나 새로 구축, 영업성과를 높이면서도 부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모색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과감한 세대교체로 인재 발굴
국내 시중은행들이 내세우고 있는 경영목표는 대부분 '클린뱅크로의 도약', '지속적인 경영혁신 추진', '안정적 수익기반 확보'등의 캐치프레이즈로 집약된다.
그러나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사람과 조직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젊고 활기찬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과감한 발탁인사와 조직개편,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마련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특히 과거와는 달리 여러 부서를 두루 거친 팔방미인 보다는 한가지 분야를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를 선호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은행들은 부서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꿔 보다 유연한 경영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주력하는 한편 국내외 연수 등 교육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은행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세대교체의 바람도 같은 맥락. 한빛은행의 경우 이덕훈 행장 취임 이후 집행임원 8명 중 무려 7명을 바꾸는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씨티은행 출신의 하영구 행장 체제로 새출발한 한미은행 역시 기존의 고참급 임원들을 대부분 내보내고 40대 초반의 젊은 임원을 과감하게 영입하는 등 경영진을 대폭 개편했다.
조흥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올들어 젊은 임원들을 과감하게 발탁하고, 부서장 등 후속인사 역시 연공서열이나 나이가 아닌 능력에 따라 단행하는 등 조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국책은행도 마찬가지. 산업은행의 경우 최근 이사대우제도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이 자리를 거치지 않고 부장에서 바로 이사로 승진하는 케이스가 등장하는 등 국책은행에서도 연공서열이 아닌 실력중시의 인사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전에 국책은행에서는 생각해보기 힘들었던 인센티브 제도도 이제는 보편화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인센티브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기업은행도 사업부제 도입을 통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사업부간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국책은행이라도 현 금융상황에서 수익성과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