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금리 1% 시대…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신용등급 낮아 추가 담보 필요"… 은행 사실상 대환대출 거부

가산금리 올리는 편법 등 사용

저금리 대출 여전히 '남의 일'… 거래량 많은 곳·대기업만 수혜


벤처기업인 A사는 2년 전 은행에서 1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최근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하자 A사는 이자비용 절감차원에서 기존의 자금을 갚고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대환대출을 시도했다. 1억원의 자금을 갚고 1억5,000만원을 빌려도 이자비용은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A사의 대환대출은 실패했다. 이유는 은행에서 추가 담보를 요청하는 등 대출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준금리가 떨어져도 기업의 신용등급을 문제 삼으며 대환대출을 거부한 것이다.

17일 중소·벤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1.75%로 내렸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물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들에게 저금리 대출은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대출심사 기준은 시중금리를 반영한 은행 내부금리에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을 반영해 산출한다. 시중금리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국고채 1년 금리 등이 보편적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중금리도 낮아지고 중소기업들이 받는 대출 금리도 낮아져야 하지만 은행들은 기업의 신용등급만 언급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기준금리가 낮아진 만큼 가산금리를 덧붙이는 편법을 사용해 중소업계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은행이 중소기업에 자발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려주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전언이다. 한 지역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은행들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제일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대출금리 인하를 기대하지도 못한다"며 "여태까지 사업을 해오면서 기준금리 내려갔다고 은행이 자발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려준 사례는 본 적이 없고 거래량이 많은 곳이나 대기업들만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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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에 접수되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애로 사항의 1순위는 항상 높은 대출금리다.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기업들은 조달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데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꼼수를 쓰거나 은행이 대출을 할 때 일정한 금액을 강제로 예금토록 하는 '꺾기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어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는 중소기업들이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은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들은 일반 직장인들보다 업무상 카드 연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카드 연체 기록이 소상공인들의 신용등급을 갉아먹고 이에 따라 애초에 1금융권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지역 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보증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는 데 이때도 사실상 저금리 대출은 어렵다. 보통 신용보증재단에서는 대출금의 80~90%에 대해 보증을 서주는데 은행에서는 나머지 10~20%가 아닌 대출금 전체에 대해 가산금리를 붙이기 때문이다. 이호연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연구소장은 "2013년 금융감독원에서 제1금융권에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제 2, 3 금융권에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가산금리를 적용할 신용평가 모형이 없는 거나 다름 없는 것"이라며 "금감원에서 신용평가 모형에 대한 점검도 제대로 안되고 있어 금융권의 요구대로 소상공인들은 대출금리를 낼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내려도 소상공인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전날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경제활성화로 이어가기 위한 최우선 요건으로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를 언급한 것도 이처럼 현장에서 통화정책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바뀐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대출금리가 인하되는 것은 아니고 신규 대출자부터 적용된다"며 "또 대출 상품마다 조건이 다르고 업체별로 사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기준금리의 변화가 잘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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