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5년만에 찾은 식당 직원이 그대로라면 … 맛집 맞네요

■ 백년식당

박찬일 지음, 중앙M&B 펴냄


제목은 '백년식당'인데 막상 소개된 식당들의 역사는 대부분 50년 언저리에 그친다. 굴곡진 우리 역사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글쟁이에서 요리사로 전업한 저자 박찬일은 '식당업'에 대한 우리의 편협한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식당이나 해볼까'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음식점을 여니 망하기도 쉽다. 식당 일은 천하고 고되다는 생각에 대를 물려줄 생각도 잘 하지 않는다. 저자가 전국의 오래된 가게, 즉 노포(老鋪)를 찾아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에서 식당 제일 많고 그만큼 제일 잘 망하는 이 나라에서 수십 년을 버틴 식당이란 그 세월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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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이 찾은 전국 18곳 노포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길 바라며 여기서는 노포들의 공통점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저자가 꼽은 노포들의 첫째 공통점은 '맛있다'는 것이다. 박찬일은 망한 식당들이 주로 늘어놓는 '음식은 맛있는데 경영을 못 했다'는 변명에 대해 '아니'라고 말한다. 맛있으면 안 망한다. 불변의 진리다. 둘째는 주인이 직접 일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식당에 가면 팔순 노인이 새벽부터 나와 불을 지핀다. 직원은 돌아가며 쉬어도 주인은 뼈가 부서져라 일한다. 첫째 공통점이었던 '맛'은 이렇게 지켜진다. 세 번째는 직원들도 오래 일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인 측면이 많은데, 맛있고 주인이 일하는 식당은 직원들도 '사람 대우'를 받으니 근속이 길어지는 것이리라.

1년에 가까운 취재 끝에 나온 책은 가벼운 '음식 사학서'에 가깝다. 저자가 옛 문헌을 뒤지고 주인들을 인터뷰해 기록한 음식과 지역, 노포에 대한 역사는 소중한 자료가 되리라. 저자의 맛깔 나는 글솜씨와 여행작가 노중훈이 찍은 정취 가득한 사진은 덤이다.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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