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 '수렁' 벗어날까
"2분기 상승세 U턴"-"경기 하락세 고전"
세계 반도체시장이 올 상반기에 급격히 위축되겠지만 하반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5일 올해 세계 반도체 판매액이 재고과다와 수요감소로 당초 예상치인 22% 성장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2ㆍ4분기에 바닥을 친 뒤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기관투자자들이 하반기 반도체시장의 회복을 확신하고 있으며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PC), 이동전화기 등 반도체 수요가 많은 기기의 판매량이 급속히 줄고 있는데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하락세가 이어져 올해가 전세계 반도체산업에 '최악의 해'로 기록될 수 있다는 의견도 여전했다.
◇반도체시장 하반기에 회복되나=SIA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2ㆍ4분기 말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존 스칼리즈 SIA 회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ㆍ4분기 세계 판도체 판매는 지난 해 4ㆍ4분기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하반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시장전망에 대한 수정보고서를 오는 6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시장을 수렁에서 건져낼 '효자품목'으로는 플래시메모리, 로직, 아날로그, 광전자반도체, PLD칩 등이 꼽혔다. SIA는 인터넷 기반설비, 통신 장비 및 단말기 등의 판매가 늘어나 전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메모리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관투자가들은 ▦고속칩 생산증대 ▦재고 감소 ▦저금리 등으로 반도체업체들이 하반기부터 설비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고 반도체장비 업종을 집중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올들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암코 테크놀로지, 루돌프 테크놀로지스, ASM 리소그래피 등 반도체장비업체들의 주식보유량을 20%에서 60%까지 확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셔널 시티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사의 펀드 매니저 알렉스 발레실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및 세계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금 당장은 매우 나빠보이지만 3ㆍ4분기 내지 4ㆍ4분기에는 반도체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관론도 상당=최악의 상황은 아직 도래하지도 않았으며 올해 반도체시장이 한자릿수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점치는 보고서가 연이어 나오면서 이날 반도체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CSFB)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찰리 갤빈은 "통상 4ㆍ4분기 반도체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증가하는데 지난해에는 오히려 3%나 감소했다"며 "이는 반도체 경기가 급랭했던 지난 86년과 97년 이래 최악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갤빈은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비해 재고수준은 지나치게 높다고 설명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반도체담당 운영 이사 조나단 조셉도 SIA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올해 반도체시장의 성장은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경기둔화로 특히 아시아지역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올해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