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 수주경쟁 갈수록 치열

올들어 IT경기 침체 등 벤처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참여 기업수는 도리어 늘어나면서 업계간 과당ㆍ출혈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사적 자원관리(ERP),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 등 보안ㆍ솔루션 분야 업체들이 경기위축에 따른 재고부담을 줄이려는 데다 참여업체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발빠른 시장선점을 도모, 수주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분야에서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적자 수주도 감수하는 등 출혈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ERP솔루션 업체인 D사는 중견기업 H사에서 실시한 입찰에서 자사 솔루션을 7,500만원에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동일 솔루션의 적정 공급가격이 평균 1억원대에 달한다는 업계의 평가를 감안하면 25%나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또다른 솔루션업체인 K사의 관계자는 "이 정도면 밑지지는 않지만 이윤을 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하지만 업체간 경쟁이 워낙 심해 그 정도라도 따낸 것은 행운"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인 D사와 컨소시엄 계약을 맺고 DVR을 공급하게 된 A사 역시 공급가격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회사의 공급가격은 적정가의 50% 수준. 이윤은 물론,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D사 응찰을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한 한 업체의 사장은 "회사 사정상 입찰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원가에 맞출 수 없는 수준이어서 토의 끝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체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처음부터 아예 국내입찰을 포기하는 업체도 있다. 통신솔루션을 생산하는 C사는 당분간 국내시장에서 솔루션 판매를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국내판매 조직도 해외판촉부로 편입시켰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장사를 더이상 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재고가 쌓이게 되고 이를 해소키 위해 다시 덤핑경쟁에 나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렇게 가다가는 몇몇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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