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람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내듯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전 중 하나인 성경 속 ‘잠언’에 나오는 말입니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자기 신념과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성과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 중에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일반인보다 더 다양한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이론적인 렌즈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 같으면 ‘이럴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여기는 일을 단박에 규정짓고 분석해 주기도 합니다. 마음이 약하고 우유부단한 사람들이라면 단정 짓기 좋아하는 전문가에게 무엇인가 속시원한 답을 듣고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고집세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라며 비난의 화살을 쏘기도 합니다. 문제에 대해 해답을 구하느라 전문가를 찾아간 건 두 사람 모두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사실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큰 문제지만, 고민을 토로하고 조력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하는 전문가도 문제입니다. 정서적 교감 능력이 부족한 것이죠. 기자가 얼마 전 어느 전직 일본 총리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입장으로 내려갔다가, 그의 입장을 다시 끌어올려 내 관점과 수준을 맞추게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전문가들은 자기 상식과 벗어난 인물들을 ‘이상치’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노력과 교정을 거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라고 ‘빡센’ 주문을 하기도 합니다. 평소 애정결핍이 있거나 누군가가 보듬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접근이지요. 정서적 교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물을 긷듯 발굴해 내야 하는 것은 서비스 산업 전문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덕목입니다. 특히 의료인들이 그렇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 일부러 모질게 말하는 의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보내야 할지, 또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치료에 임할지 의사결정을 하게끔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기술입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나면 의사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갖고 있는 질병을 의사도 갖게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특히 암을 진료하는 의료인들이 나중에 자신도 암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챙기기가 정말 어려운 겁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 유난히 감염된 의료인들이 눈에 띕니다.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진심으로 그를 대한 결과가 질병이라는 게 서글픈 일입니다. 그렇지만 공포에 떨고 있는 내원자를 위해 과감하게 돌진하는 그들의 자세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건강한 것은, 이처럼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함께 배려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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