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그룹이 14년 만에 KB금융 보유지분 5.02%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양사 간의 전략적 제휴가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KB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불발되면서 양사 간에 얽혀 있던 지분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불거졌다. 틀어질 대로 틀어진 관계를 빨리 정리해 새롭게 인수합병(M&A)작업에 나서겠다는 ING그룹의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사실 ING그룹이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상환 시기를 올해 말에서 오는 2015년까지 연장 받았다는 점에서 당장 자금수혈이 화급하지는 않았다. 이번 매각이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KB금융과의 전략적 제휴관계 유지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ING그룹의 내부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ING 매각을 둘러싼 수차례의 협상에서 KB 측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음에도 사외이사의 반대를 이유로 딜을 깨자 KB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감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ING생명 인수 불발에 따른 후폭풍의 연장선상이라는 얘기다.
KB금융 입장에서는 ING그룹의 지분매각으로 지배구조 변화는 물론 주가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KB생명은 ING생명 인수 실패로 2,000억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ING그룹이 갖고 있는 KB생명 지분 49%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ING그룹이 이번 KB 지분매각을 계기로 KB생명 지분 청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KB금융지주는 KB생명 지분 51%를 갖고 있어 경영권에 문제는 없다. KB금융은 ING그룹의 보유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만약 ING그룹이 지분 청산을 결정할 경우 우선적으로 KB금융에 매입 의사를 타진해야 한다.
KB금융 경영진도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ING 쪽에서 KB생명 지분에 대한 매각 의사도 조만간 밝히지 않겠느냐"며 "결국 KB생명 지분을 사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으로서는 KB생명 지분 인수에 따른 자금 마련에도 나서야 할 판이다. 지배구조 변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차지하고서도 적잖은 부담에 직면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ING그룹은 KB금융과의 관계 청산을 기점으로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수혈 받을 때부터 보험사업부를 모두 분리하기로 약정한 만큼 더 이상 매각을 지체해봐야 매각가격만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ㆍ교보생명 등이 ING생명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도 입질을 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ING생명이 설계사 이탈이 더 가시화되기 전에 매각을 서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희망업체들도 ING생명의 예상 인수가격이 많이 떨어진 만큼 지난해와는 달리 사뭇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올 상반기 보험 시장에 ING 인수 쟁탈전이 불을 뿜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