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5대그룹 구조조정] "눈가리고 아웅"

현대·삼성 등 5대 그룹이 자구노력은 게을리 한 채 계열사간 상호출자액을 크게 늘려 자본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자산매각·외자유치 등 적극적인 자구노력에 따른 외부자금 유입이나 타인자본에 의한 유상증자보다 계열사간 주고받기식 출자로 자본금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춤으로써 「눈 가리고 아웅식」의 구조조정에만 매달려온 셈이다. 5대 재벌 구조조정에 관해 정·재계간 합의를 유도했던 정부도 지난해 2월 대기업의 상호지급보증을 내년 3월까지 완전 해소시키는 대신 출자총액 제한을 풀어줌으로써 5대 재벌의 편법 재무구조 개선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국내 30대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은 지난 4월 말 현재 2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4월의 17조7,000억원에 비해 무려 68.9% 증가한 12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대우·삼성·LG·SK 등 5대 그룹의 출자총액은 같은 기간 동안 11조5,000억원이나 늘어 30대 그룹 전체 출자증가액의 94%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중 6∼30대 그룹의 출자증가액이 7,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룹별로는 현대의 출자총액이 같은 기간 동안 2조581억원에서 6조5,690억원으로 3조9,880억원(155%)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대우가 3조1,310억원 증가해 그 뒤를 이었다. LG·SK·삼성 등의 출자총액도 각각 1조원 이상씩 늘어났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처럼 30대 그룹의 출자총액이 급증한 이유는 유상증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년 동안 증가한 12조2,000억원 가운데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늘어난 출자총액이 8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71.8%를 차지했고, 특히 5대 그룹의 경우 30대 그룹 유상증자 참여분의 90%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현재 30대 그룹의 계열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이 26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87.3%를 차지, 지난해 4월의 85.9%에 비해 오히려 1.4%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유상증자 물량 대부분을 계열사간 인수로 소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계열사간 상호출자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지난해 2월 정부가 순자산의 25%로 제한했던 출자총액을 완전히 풀어준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5대 그룹의 출자총액이 급증했으나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계열확장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유상증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쓰였기 때문에 문제삼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5대 그룹의 자금독식과 계열사간 상호출자는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구조조정을 더디게 해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승훈(李承勳) 서울대 교수는 『계열사간 출자로 인한 자본증가는 실질적으로는 허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으로 볼 수 없다』며 5대 그룹의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한편 5대 그룹의 부채비율은 유상증자로 인한 자본증가에 크게 힘입어 지난 97년 말 472.9%에서 지난해 말 현재 335.0%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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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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