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제연구소 역시 지난해 말 5% 후반으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할 계획이다. 미국-이라크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는 데다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돌출, 올 상반기 경기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3대 민간연구소는 이 달 말 출범할 새 정부가 위축된 기업의 설비투자를 북돋아주는 한편 재정의 상반기 집행규모를 늘여 경기진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낮아질 듯=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다음 달 경제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지난해 말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당초 LG는 경제성장률 5.6%, 현대는 5.7%을 전망했었다. 다소 낮은 5.3%로 발표했던 삼성경제연구소는 아직 상황을 주시하는 중. 하지만 이라크전쟁이 길어지고 유가오름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IT경기가 이와 맞물려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IT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데다 북핵 문제까지 가세한다면 경기는 예상보다 더 빨리 얼어붙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전쟁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5%대 성장은 가능하겠지만 좀 더 장기화된다면 4%대까지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도 불안하다. 최근 유가 뿐 아니라 국제원자재 값이 일제히 상승하는 등 투자처 없는 돈이 상품에만 몰려 물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선ㆍ최악의 시나리오=가장 훌륭한 시나리오는 일단 전쟁이 나고 미국의 의도대로 단기간에 마무리돼 유가가 급락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에 친서방적 정권이 들어선다면 세계 자본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IT 등 수출여건이 급속히 호전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역시 반등폭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북핵 변수도 만만치 않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라크전쟁이 끝나면 오히려 세계(미국) 이목이 한반도에 쏠리고 이는 경기불안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될 수도 있다”며 “최근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내린 데서 확인할 수 있듯 바깥에서 한국을 들여다보는 눈길은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북한 송금문제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만 연연하기 보다 북한의 핵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해보이는 게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통제 가능한 변수 챙겨야=문제는 이라크와 북한, 두 가지 모두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라는 점이다. 정 전무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은 외국인들이고 리스크가 높을수록 이들의 투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역시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겠지만 재정의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안정기조를 유지하고 국내에 남아있는 리스크를 조율해나가는 등 가능한 변수들을 꼼꼼히 챙기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상무는 “지난해 경기상승세를 이끌었던 소비는 가계부채 부담으로, 건설은 부동산과열로 올해는 부추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4%대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정부는 재정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새 정부의 기업정책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고 단절된 개혁으로 소비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