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계 광고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지난 91년 개방 이래 지속적으로 증 가, 지난해의 경우 2002년의 31.5%보다 6.5% 상승한 38%라고 광고단체연합 회가 밝혔다. 상대적으로 시장규모나 파급효과가 큰 방송광고의 경우도 예 외는 아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최근 발간한 ‘영업통계 데이터베이스’ 에 따르면 외국계 광고회사의 시장점유율은 98년 10.7%에서 2003년에는 48.5%로 늘어나 증가세가 두드러진 점을 알 수 있다.
개방화ㆍ국제화 추세 속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외국계 자본 증가 는 여느 산업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겠지만 광고산업의 외국계 자본 증가율은 괄목할 만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숫자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업계 상위 업체인 LG애드와 금강기획이 영국계 WPP그룹에 인수된 것을 외국계 점유율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그 증가율 숫자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제일기획이나 오리콤 등 토종기업들도 매출액이나 순이익 면에서 외국계 기업을 능가하는 실적을 내고 있으므로 외국계 광고회사의 점유율 증가 자료는 자칫 업계 내용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들을 ‘통계의 함정’에 빠뜨리게 만드는 결 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산업의 경우 스크린쿼터가 국내 영화산업 성장의 바탕이 되고 있 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의 위세 속에서도 한국 영화 점유율이 50%를 상회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정도로 영화시장이 활기를 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광고산업은 역으로 외국에 대한 시 장개방을 통해 그들의 선진 노하우를 받아들이는 등 경쟁을 위한 에너지원 을 수혈해 토종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그들의선진화된 기업운영 방식과 참신한 크리에이티브 전략이 국내기업에 신선한 자극이 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코카콜라와 맥도널드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든 것은 그 기업의 광고를 담당 한 광고회사들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크 리에이티브에 의한 것이라 한다. 바로 광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사로잡는 하나의 문화이자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자본의 증감 여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체 산업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가늠해보는 것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통 계 숫자에 가려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광고산업 발전을 위한 작지만 소중한 첫걸음이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 외국자본이나 국내자 본에 대한 색깔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해당 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이며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총체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열린 시각이 ‘통계 함정’에 오도된 애국심보다 중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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