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봉제도 통상임금 후폭풍] 70%가 정기상여금 주는 '무늬만 연봉제' … 비용 부담 38조 훌쩍

연봉과 별도로 연장수당 지급도 절반 달해

기업 잠재뇌관 부상 … 문닫는곳 나올수도


기업들이 통상임금 확대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지를 가늠해보려면 기업의 정기상여금과 연장근로수당의 지급형태를 들여다보면 된다. 보통 기업들은 임금을 크게 '기본급+정기상여금+각종 수당+변동상여금+초과근로수당'의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연장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계산하는데 지금까지 기업들은 대개 기본급을 통상임금으로 보고 연장근로수당을 산정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상여금과 일부 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결을 내림에 따라 위와 같이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은 통상임금 확대를 피할 수 없다. 통상임금 확대로 초과근로수당도 덩달아 커진다.

기본적으로 순수 연봉제를 운영하는 기업은 이런 통상임금 리스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순수 연봉제는 개인의 성과와 평가에 따라 연간 임금액을 정하고 이를 매월 분할해 지급하는 임금제도를 말한다.


연봉제의 경우 가족수당·근속수당·교통비 등 각종 수당, 여기에 연장근로수당까지 기본급으로 합쳐 지급한다.

연봉제에도 기본급과 별개로 상여금이 있지만 이는 성과에 따라 변동적으로 지급한다. 따라서 순수한 연봉제 기업의 임금명세서는 '기본급+변동상여금'의 형태로 나타난다. 애초에 통상임금 확대의 영향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순수한 의미의 연봉제를 운영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08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임금제도 실태에 따르면 연봉제를 도입한 4.264개 기업 가운데 70.5%는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정기상여금이 전체 임금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13.4%에 달했다.

어떤 직원의 1년 임금 총액이 5,000만원이라면 정기상여금이 67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전체 기업의 고정상여금 비중(15.1%)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상당수 기업들은 연장근로수당도 별도로 지급하고 있었다. 연봉제 기업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49.9%는 연장근로수당을 연봉과 별도로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절반만이 포괄임금제 형식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연봉에 포함해 지급했다.


또 연봉제를 도입한 곳에 도입 예정인 곳까지 합해 4,403곳의 기업을 분석한 결과 982곳(22.6%)은 평가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성과와 평가에 따라 임금을 달리 지급한다는 연봉제 취지에 맞지 않게 '무늬만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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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형된 연봉제 기업은 임금구조가 '기본급+정기상여금+변동상여금+초과근로수당'으로 나타난다. 이런 임금구조를 가진 기업은 연봉제를 운영하지 않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용문 변호사는 "회사가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정기상여금 상당액을 기본급과는 별개 급여 항목으로 매월 분할해 고정적으로 지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는 연봉제 기업 역시 통상임금 리스크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 일일이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기본급 임금에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포함시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연장근로수당은 기업이 대충 '한 달에 50만원 정도'라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 연장근로시간을 정해 통상임금과 함께 계산해야 한다는 게 고용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라도 대략 어느 정도 연장근로를 할 것이라고 예상시간을 도출한 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렇지 않고 기업이 임의로 연장근로수당을 정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수당이 실제 일한 것보다 적은지 많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4년 고용부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포함한 포괄임금제 근로계약 가능 여부' 행정해석에도 '포괄임금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서에 시간급 통상임금과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과 함께 그에 따른 수당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돼 있다.

즉 포괄임금제에서도 연장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을 기반으로 계산해야 하고 만약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이 빠져 적게 계산된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연봉제 기업들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기업의 비용부담은 기존 38조원이 아니라 그 이상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은 그나마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중소기업은 통상임금 문제로 주저앉는 곳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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