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올해 업무는 금융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창업과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된다. 경제난이 가중될 서민을 위한 지원책도 한층 확대됐다.
◇“위기 또 온다” 비상시 대응력 강화 = 올 해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유럽발 금융위기가 증폭될 가능성이 커 금융위는 우선 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을 계속 조여나갈 방침이다.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밑으로 관리해나가고 위험관리에 유리한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대출이 확대된다. 가계부채와 더불어 불안 요소로 꼽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증에 의존한 대출 관행도 개선된다. 지난해 1조8,000억원의 부실채권을 빨아들인 배드뱅크(부실자산 정상화기구)를 2차로 띄우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외부충격에 대비해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와 외화차입선 다변화는 더욱 강화된다. 금융위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앞세워 외화여유자금을 비축해 외화 부족시 중소기업 무역금융이나 외화대출 용도로 투입할 예정이다.
위기에 맞설 체력 보강을 위해 금융회사들은 이익금을 배당 대신 내부유보로 돌려 ‘완충장치’를 튼튼히 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자본적립 규모와 내부 유보금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책정됐는지 금융회사별 스트레스테스트를 병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금융권의 최대 난제였던 저축은행은 문제시됐던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수술대에 오른다.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높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보완할 자기자본규제가 도입된다. 또 다른 위험권역인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은 자본확충을 유도하고 예금보장 기능은 강화된다. 경영개선이 필요한 신협의 자구노력을 촉진할 제재 수단이 마련되고 목표기금제를 만들어 신협 예금자의 보호 수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창업 및 중소기업 금융지원 체제 일대 변화 =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010년 말부터 공언해온 창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환경은 대대적으로 정비된다. 우선 창업에 부담을 주는 연대보증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다. 개인사업자의 연대보증은 원칙적으로 폐지되고 사업자는 연대보증이 아닌 주채무자로서 채무만 부담하면 된다. 법인사업자는 실제 경영자만 보증을 서면 된다. 여럿이 함께 창업하는 때도 보증부담이 대폭 경감된다.
청년 창업 확대를 위해 은행이 3년 동안 5,000억원의 재원을 조성해 5,000만원 한도로 1만여개의 창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중소기업 주식 전문투자자시장 신설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정책금융공사(1,000억원), 산업은행(1,000억원), 기업은행(2,000억원)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투자와 대출을 합친 복합금융 4,000억원을 신규 지원한다. 이 돈은 단순 대출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주식과 회사채, 전환사채(CB)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금융위는 중소기업 금융에 전문성을 지닌 신용정보회사를 육성하고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은행 임직원의 면책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저금리 대출 늘리고, 금융 비용은 다이어트 = 경기침체 여파가 가장 큰 서민을 위해 금융당국은 우선 미소금융과 햇살론ㆍ새희망홀씨 등 3대 서민금융상품의 지원을 확대했다. 서민용 소액대출 사업인 미소금융은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이라도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면 지역재단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바뀐다.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햇살론은 대출금액에 대한 정부의 보증지원 비율이 85%에서 95%로 확대돼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햇살론을 취급하게 했다. 영세자영업자에게는 소득증빙서류 제출을 면제하는 등 지원요건도 완화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은행권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는 연간 대출 공급규모가 1조5,000억원으로 3,000억원 늘어난다.
서민의 금융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제2금융권의 전세자금대출을 이자가 낮은 은행 전세자금대출로 바꿀 수 있게 특례보증제도도 신설된다. 국회 계류중인 대부업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최대 12%에 달하는 대출중개수수료가 5%로 제한되고 대학생은 소득 증빙이 없어도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2년간 변제금 상환이 유예된다.
소비자 보호는 한층 강화돼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에 소홀한 금융회사는 원금 일부 감면 등 적절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고령인 소비자의 피해 방지를 위해 보험상품 광고가 규제되고 연금저축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는 강화된다. 금융위는 아울러 금융권의 개인정보 수집ㆍ이용 실태를 전수 조사해 금융회사의 불필요한 고객 정보수집을 제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