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가폭등 ‘강자의 이익’

고유가 최대 피해국=세계 최대의 원유소비국 미국? 에너지 안보를 위해 이라크전까지 일으킨 미국이 최근 유가 폭등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어쩐지 팔장을 끼고 있다는 느낌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결정으로 배럴당 34달러에 육박, 이라크전 발발 직전보다 10달러(25%) 가량 올랐다. 미국의 일일 원유소비량인 1,000만배럴을 기준으로 할 때 유가(WTI 기준) 상승으로 인한 미국의 손해는 연간 400억달러, 올해 미 재정적자 예상치인 5,000억달러의 10%에 육박한다. 세계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쓰는 미국의 피해는 과연 이처럼 클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미국의 수입원유인 OPCE 바스켓유, 러시아산과 멕시코산 원유의 가격 상승폭은 미국산 WTI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일례로 OPEC 바스켓유가의 경우 이라크전쟁 전 26달러선에서 10일 현재 28달러선이다. 상승폭이 10%가 채 안된다. 반면 OPEC 산유국의 주요 통화는 같은 기간 달러에 대해 가치가 평균 14% 상승,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 전혀 없으며 실질 가치 기준으로는 오히려 손해다. 이라크의 산유량이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점도 미국의 타격을 줄여주는 한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일 현재 이라크의 산유량은 일일 200만배럴로 이는 이라크의 OPEC 산유 쿼터인 일일 250만배럴에 근접한 규모다. 이로 인한 이익은 물론 이라크를 손에 넣은 미국의 석유 메이저들의 몫이다. 따라서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될수록 이들의 이익은 그만큼 커진다. 또 원유 안보를 둘러싸고 최근 밀월관계로 급진전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미국이 유가 상승의 최대 피해국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요인이다. 세계 2위의 산유국인 러시아는 전후 유가 상승으로 2003년 경제성장률이 국가 디폴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경제성장으로 주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1,700억달러의 채무 상환이 가능해져 미국에는 경제적으로도 반사이익이 발생한다. 이 같은 점들을 보면 현재 상황에서 고유가는 유가 폭등에 시달리는 많은 국가들에 비해 미국에 주는 타격이 크지 않아 보인다. 국익에 부합한다고 달러 환율을 제맘대로 주물러온 미국은 유가 폭등의 태풍권에도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비켜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자의 이익`은 글로벌 시대 뒤켠의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경제논리다. <김창익 기자 <국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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