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쇼핑업체, '숫자공포'
`가격표시 숫자 하나라도 철저히 확인하라'
연말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미 인터넷쇼핑 업체들이 최근 `숫자 공포'에 떨고 있다. 사이트마다 수만 가지가 넘는 판매 제품의 가격이 하나라도 잘못 입력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거나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쇼핑의 경우 경쟁업체보다 가격이 현저하게 싸게 책정될 경우 관련 사이트를 통해 정보가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구매자가 몰리는 현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업체들마다 숫자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쇼핑 업체인 에그헤드닷컴은 지난 달 256M D램의 가격을 잘못 입력, 최근 구매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다.
당시 경쟁 업체들이 개당 335달러 정도에 판매하던 이 제품 판매가격이 에그헤드닷컴의 홈페이지에 정상가격의 10% 정도 밖에 안 되는 34.85달러로 표시되면서 5,000 명이 넘는 구매자들이 일시에 몰려들었다.
이 사건의 경우 특히 네티즌들이 하드웨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하드OCP닷컴의 게시판에 가격 정보가 게시되면서 순식간에 수천 명이 넘는 구매자가 몰려들었다. 에그헤드닷컴측도 가격표시 오류를 16시간이 지나서야 수정하는 `굼벵이'식 태도를 보여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부 구매자들의 경우 물품을 구매하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싸게 책정되자 에그헤드닷컴의 소비자 불만처리 담당자에게 전화로 “이 가격대로 정말 판매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 뒤 확언을 받고 나서 제품 구매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사태는 회사측이 `구매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약관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회사측 실수로 인한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에그헤드닷컴의 경우 물품이 구매자에게 배달된 뒤 신용카드사에 결제를 요청하는 아마존닷컴 등 대다수 인터넷 쇼핑 업체들과 달리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하는 순간 신용카드사에 구매 승인을 요청하는 방식을 채택, 신용카드 주문이 취소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에그헤드닷컴이) 소비자 신상정보 등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은 다 챙기고 책임은 안 진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물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자신들 실수를 인정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상품권 등으로 보상책을 제시했던 여타 업체들과 달리 에그헤드닷컴이 너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당시 물품을 구매했던 짐 모리스 씨는 “16시간 동안 수천건의 주문이 이뤄지는 동안 회사측이 사태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꼭 피해보상을 받아내고 말겠다“고 벼르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던 바이닷컴이나 스테이플스닷컴이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이미 지불한 사례가 있어 에그헤드닷컴의 입장은 상당히 불리한 상태다. 바이닷컴의 경우 컴퓨터 모니터 가격을 잘못 입력했다가 최근 소비자들에게 57만5,000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쇼핑 업체들이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며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순식간에 주고 받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2000/10/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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