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장에다 베이징 3자회담 결렬,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인 등 돌발악재에 휘둘리며 보름 만에 다시 560선으로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당분간 530~600선의 제한적인 박스권에 갇혀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권을 강타하고 있는 사스가 더욱 확산될 경우 지수가 박스권 하단을 뚫고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시장의 안정추세가 확인될 때까지는 상승세가 살아있는 일부 종목으로 매매를 국한하는 보수적인 전략이 필요하고 조언했다.
◇이근모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리스크는 북한 핵 문제다. 지난 3월 이후 이라크 전쟁 종결과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수가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던 것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됐다. 북한 핵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된다면 모르지만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때까지는 외국인 매매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전역에 몰아치고 있는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단기간에 끝날 악재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스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시장의 내수가 급격히 줄어들면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수출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해결되거나 완화되기 전에는 시장은 횡보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직전 저점 보다는 조금 높은 550~6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인 대응이 어려운 시점인 만큼 지수가 급락하는 가운데도 외국인이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종목과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업황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조선ㆍ유화주에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다만 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550선 밑에서는 사고 600선 위에서는 매도하는 박스권 매매를 권한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주가급락은 북한 핵 문제, 사스 확산 등 시장 외적인 문제가 주 원인이다. 특히 사스는 향후 그 확산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기 힘든 상태며, 시장 분위기를 최악으로 끌고 갈 수도 있는 악재다. 여기에다 본격화되고 있는 춘투, 여당의 보선 패배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등도 시장 심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 동안 시장은 620~700선의 박스권을 기대했지만 이번 급락으로 박스 범위가 한 단계 낮아진 530~6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직전 저점인 530선 부근에서는 지지되겠지만 사스가 급속 확산된다면 저항선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된다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여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 투자자는 이번 기회를 이용, 우량주를 저점 매수하는 기회로 삼을만하다. 그러나 중ㆍ단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추세가 돌아서기까지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수급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핵 리스크가 상상이상으로 커지며 직격탄을 날렸다. 전일까지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외국인이 매도 규모를 늘리자 지수 낙폭이 커졌다. 경기 둔화나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도 시장의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 은행들의 연체율이 급증하고 신용불량자가 300만을 넘어섰다는 것은 아직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불거질 악재다.
당분간 박스권 흐름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수는 바닥인 500에서 62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 모멘텀이 될만한 재료가 나오지 않으면 3ㆍ4분기 중반까지도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스 하단인 500선에서는 사고 상단인 600을 넘어서면 파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수가 박스권 안에 갇혀 있을 때는 업종 대표주 같은 큰 종목이 움직이기 힘들다. 개별 모멘텀이 있는 중소형주들이 테마를 이루며 오르내림을 반복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실적이 좋은 중소형주나 시장보다 덜 올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시멘트나 음식료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리=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