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 상승한 배럴당 59.13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2% 오른 63.2달러로 마감했다. OPEC의 결정에 장중 한때 3% 이상 급락했지만 미국의 원유 시추기 시설이 26주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막판에 급등했다.
월가에서는 올해 말까지 국제 유가가 상승이나 하락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CNBC가 이날 유가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말 WTI와 브렌트유 전망치 중간값은 각각 배럴당 60.8달러, 65.91달러였다. 이들 응답자는 내년 말 WTI와 브렌트유가 올해보다 배럴당 각각 10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77%는 유가가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답했고 9%만이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특히 이들은 '가격 결정권자'로서 OPEC의 위상이 상당 부분 퇴색한 것으로 분석했다. 응답자의 92%는 앞으로 유가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원유시장의 수요·공급, 미 달러화의 추가적인 강세 여부를 지목했다. OPEC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목한 응답자는 단 5%에 그쳤다. OPEC이 더 이상 원유시장을 좌우하지 못하는 만큼 글로벌 경제 회복에 힘입어 유가가 약간이나마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미 셰일 업계가 신규투자는 타격을 받고 있지만 생산량 자체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36%는 미국의 생산량이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32%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전쟁'에도 미국 셰일 업계가 고사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원자재 리서치 부문 대표는 "글로벌 원유시장의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미국의 생산량은 투자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말 WTI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50달러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