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부채 상환 급하니 소비 살아날 리 있겠나

소득이 늘었다 해도 생활은 1년 전보다 더 빡빡하다. 부채 구조조정에 나서다 보니 자연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구들이 처한 평균 자화상이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전국 2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주 말 공동 발표한 '2014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소득은 1년 전보다 4.4%(197만원) 늘었다. 그러나 문제는 공적 부담과 빚 상환. 우선 세금은 지난해보다 7.1% 늘어난 평균 206만원을 기록했다. 준조세로 느껴지는 연금과 사회보험료도 5.7% 증가한 274만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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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부채 규모는 5,994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3% 늘어났다. '대출기한 내에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4.5%나 되다 보니 가구의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1.5%로 전년보다 2.4%포인트 높아졌다. 예전에는 이자만 내던 가구들이 원금을 갚아나가는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0.2% 증가했을 뿐이다. 가계 전반에 '소비냉각' 현상이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소비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경향도 사라졌다. 최근의 금리 인하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이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등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이자소득이 줄면서 소비를 축소하는 모습까지 확인되고 있어 한국은행을 당혹스럽게 한다. 금리인하의 애초 목적인 경기부양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풍선 효과만 두드러진 모습이다.

부채상환과 소비증대를 위해서는 달리 길이 없다. 가계소득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계소득은 일자리 확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 늘리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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