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위기의 중앙은행

당정 금리인하 압박에 한은 노조 반발 불구<br>타이밍 놓쳐 인하도 동결도 못해 외통수 자초


한국은행이 위태롭다. '위기의 중앙은행'이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을 정도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휩쓸리면서 기준금리를 내릴 수도, 동결할 수도 없는 '외통수'에 빠졌다.

한국은행 노조는 2일 오후 공식 논평을 내놓았다. 요지는 간단하다. "통화정책은 통화정책의 전문가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조가 이례적으로 나선 이유는 하나다. 정부와 여당에서 전방위로 몰려오는 금리인하 압박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바로 하루 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국은행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할 때가 됐다. 기준금리 인하나 중소기업 총액대출상한제 인상 등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 검토해달라"며 한은의 역할론을 대놓고 말했다.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경기부양정책 패키지에는 금리 등 금융 부문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고 30일에는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노조의 논평은 외견상 김중수 총재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김 총재에게는 '굴욕'이다. 노조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본인에게 달가울 리 없다. 금융가에서는 이런 현실이 한은이 자초한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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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의 시점을 계속해서 놓쳤고 결국 총재가 계속해서 동결의 명분을 외치고 나서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택할 방법은 없다. 기준금리를 내리자니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고 내리지 않자니 정부의 경기 부양과 따로 노는 '남대문사(寺)'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이래저래 한은이 초라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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