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시장 새틀을 짜자] 5.신사업서 성장엔진 찾아라

지난 10월 열린 SK텔레콤의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설명회장. 주최측의 예상과 달리 5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상당수가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설명회를 들어야 했다. 컨소시엄의 청약신청도 당초 목표했던 1,000억원을 훨씬 넘어섰다. 이는 몇 년째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통신업계 전체가 위성 DMB사업에 대해 갖고 있는 높은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위성DMB, 휴대인터넷 등은 수천억원 이상의 직접 투자와 수조원대 투자효과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수년 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해당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들은 시연서비스 수준을 넘어 상용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개정, 표준선정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상용화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높아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9조원대 시장의 위성DMB=위성DMB는 고속 이동중에도 선명한 화질과 또렷한 음질의 방송을 즐길 수 있게 해줘 단말기, 중계기(갭필러), 방송센터, 콘텐츠 등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 7월 한국언론학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위성DMB사업은 장치산업 특성상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에서만 9조원대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사업으로 18만5,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6조3,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유발, 침체된 IT산업에 돌파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점쳐졌다. SK텔레콤은 지난 2001년 위성DMB 사업추진단을 발족한 데 이어 내년 1월 1,300억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전담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주도하는 위성DMB 법인은 내년부터 2010년까지 총 3,160억원을 직접 투자, 투자기근에 허덕이는 IT업계에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투자내역별로 보면 위성전파를 음영지역에 되받아 전송하는 중계기 역할의 갭필러에 2,330억원의 돈이 들어갈 전망이다. 전파 송출과 콘텐츠 제작을 전담할 방송센터에는 570억원을 들여 구축된다. 가장 파급력이 큰 위성DMB 단말기는 휴대전화겸용과 차량용제품을 먼저 개발한다. 장차 위성DMB전용과 개인휴대단말기(PDA)겸용 제품이 개발될 예정이며 총 28개사가 단말기개발협의회를 구성,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와 동일한 방식으로 구축되는 일본시장은 물론 위성DMB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고려할 경우 갭필러와 단말기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대 통신업체인 KT까지 가세할 경우 국내 업체의 세계시장 주도권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대립으로 인한 국회 표류, 정부 부처간 갈등으로 인해 사업권이 내년 5월 상용화 이전에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본은 벌써 국내사업성과를 기반으로 해외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법개정만 기다려야 하는가”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2의 CDMA 노리는 휴대인터넷=휴대인터넷은 노트북컴퓨터나 PDA 등 휴대형 무선단말기를 이용, 이동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업계에서는 휴대인터넷 방식에 따라 상이하지만 시속 60㎞ 이하의 중저속으로 이동시 1Mbps급 이상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도 인터넷에 접속,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 당기는 첨병이 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휴대인터넷이 상용화되면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및 원격감시, 온라인 게임, 인터넷 전화 등으로 응용돼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유선통신업계에서는 성장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통신장비, 콘텐츠, PDA, 단말기 등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표준을 먼저 개발하고 이에 맞춰 사업자선정, 상용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안에 표준 개발을 목표로 했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표준개발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유선통신 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KTㆍ하나로통신 등은 복수표준을 선정하고, 장비ㆍ콘텐츠ㆍ단말기 등을 경쟁국보다 앞서 개발해 고용창출 및 수출증대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종석 KT 상무는 “원천기술 개발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적기 시장진출의 기회를 놓칠 경우 대규모 해외시장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발앞선 美ㆍ日ㆍEU 벌써 상용화시기 저울질 미국이나 유럽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간기업과 연구소, 관련기관 등은 한데 뭉쳐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신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7월 일본의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인 MBCo에 사업 예비인가를 내줬다. 이는 사실상 사업권으로 내년 1월말 위성만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곧바로 본사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MBCo의 최대주주인 도시바는 사업권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SK텔레콤과 달리 이미 기술적ㆍ상업적 성공을 향해 차근차근 다가서고 있다. 일본 업체의 제도적 이점은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위성DMB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중국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이 제도적인 준비부족으로 상용화 시기를 늦춘다면 일본이 세계 최초로 위성DMB를 상용화했다는 점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휴대인터넷 사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표준화일정이 연기되면서 외국업체들의 공략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통신업체인 넥스텔은 플라리온의 휴대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내년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넥스텔은 이미 장비 구축작업에 나섰으며 소비자 반응을 따져가며 상용화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넥스텔과 플라리온이 세계 최초로 휴대인터넷을 상용화하고 검증된 기술 및 장비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이 표준기술의 구축 및 상용화 등에 걸려 허송세월만 보내다 시장선점 효과를 놓쳐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선 역무구분과 번호체계 등이 마련되지 않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인터넷 전화 사업의 경우 해외에서는 이미 새로운 통신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맹(ITU)은 오는 2004년께 인터넷전화가 전세계 국제전화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단거리 전화사업자와 장거리 사업자로 엄격하게 구분돼 있던 미국 전화시장의 경우 최근 인터넷 기반의 전화상품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어 역무구분이 무의미해질 전망이다. 지난 10월 미국 미네소타주 연방법원은 인터넷전화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인터넷전화를 전화서비스가 아닌 인터넷을 통한 부가서비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 같은 판결 직후 퀘스트커뮤니케이션, 버라이즌, SBC 등 통신업체는 물론 타임워너케이블 같은 케이블업체들도 앞 다퉈 인터넷전화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미국 최대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AT&T 역시 이달 중순 인터넷전화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0월 총무성이 11개 인터넷전화 사업자에게 모두 900만개 이상의 착신번호를 배정,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소프트뱅크와 이동통신사업자인 KDDI에 이어 최대 통신업체인 NTT 역시 인터넷 전화사업에 뛰어들었다.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통신업체들이 전통적인 교환국 방식에서 벗어나 잇따라 인터넷전화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국내의 한 세미나에 참석했던 피터 스콧 유럽위원회(EC) 통신정책 규제국장은 유럽의 통신제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유럽연합(EU)은 통신ㆍ방송 네트워크를 구별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통합해 사용하고 있다. EU의 통신정책은 개별적으로 사업권을 주기보다 종합적으로 인가(authorization)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각종 신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규제 일변도의 통신정책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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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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