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통업계(다시 일어서는 부도기업)

◎“기업만 살린다면 무슨 일이든 한다”IMF충격으로 부도기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금융기관의 무리한 자금회수로 재무구조가 건실한 우량기업들조차 무차별적으로 쓰러지고 있다. 경제가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연쇄도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노사가 한마음이 되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우리경제에 희망을 주고 있다. 현재의 환란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한 상황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견해도 있으나 기업을 살릴 수만 있다면 어떤 일도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확산되고 있어 새해 우리경제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고 있다. 기업은 비생산적 부서 통폐합 및 부동산처분 등 군살빼기와 임직원들은 보너스 반납 및 임금 동결, 한시간 일 더하기운동, 물자아껴쓰기 등 갖가지 방법으로 회사살리기에 동원되고 있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재기에 나서고 있는 부도기업들의 현장을 찾아가 본다.<편집자주> ◎해태제과/직원 영업부문 전진배치·감원은 지양 지난 11월1일 부도가 난 해태제과는 내부적으로 조직정비 등 경영혁신을 통해 정상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달말에는 재도약 전진대회를 열고 「더욱 더 새롭고 튼튼한 해태」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등 노사가 한마음이 돼 이번 부도사태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해태제과의 경영혁신운동은 조직정비 및 제비용 절감과 판매증진을 통한 영업강화, 임직원간 결속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이달초에 대폭적인 조직정비를 단행, 대팀제를 도입하여 팀수를 종전보다 4분의1정도 줄였다. 이는 의사결정단계를 축소시켜 외부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 조직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감원은 하지 않고 직원을 영업부문에 전진배치, 최대한의 효율을 꾀할 계획이다. 해태제과는 내부정비와 함께 매출확대에 가장 중점을 두고 소비자 및 소매상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판촉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이 직접 거리로 나가 소비자들에게 52년전통의 민족기업인 해태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으며 일선 가게를 방문, 「점주에게 드리는 글」배포를 통해 해태제품 구입을 권유하고 더욱 적극적인 성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해태제과의 이같은 재기노력과 더불어 본사 인근의 한 식당에서는 시루떡을 만들어 보내고 안경점에서는 건물외벽에 「힘내세요 해태」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격려가 쇄도,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있다. ◎에바스화장품/자회사 정리·부동산 매각 “군살빼기” 지난 11월27일 부도를 낸 화장품업체 (주)에바스는 지난 5일 신청한 화의가 19일자로 개시되는 한편 재산보전 처분이 결정됨에 따라 자구계획 마련이 한창이다. 에바스는 우선 자회사 정리작업부터 진행중이다. 「모뎀」이라는 여성브랜드를 주력으로 지난해 3월 설립된 에바스패션은 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던 11개 매장을 철수시키는 등 이미 정리단계에 들어갔다. 또 목욕용품 전문 자회사인 에바스샴바드는 (주)에바스에 흡수통합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에바스샴바드가 운영하던 목욕용품전문점 「바디네트」는 그간 캐나다, 프랑스, 영국업체들과 수입계약을 맺은 「애플누드」, 「플로리스」 등의 브랜드가 전체의 80%정도를 차지했으나 현재 수입된 물량이 소화되면 더이상 수입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평택공장을 제외한 전 부동산을 매각대상에 포함, 안산공장, 광주와 대구 사옥, 대전 물류창고 등을 매각키로 하고 채권단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창업주인 김한복 명예회장(72), 장남 김용근 회장, 차남 김해근 사장 등 가족경영체제인 에바스는 오너가 3명 이외의 임원진은 사퇴시켰으며 현재 4백50여명 수준인 직원들의 감원도 검토되고 있다. 임금도 전직원을 대상으로 동결 또는 삭감할 계획이며 상여금의 3백%는 이미 삭감키로 결정했다. 에바스의 유통망은 다른 화장품회사의 대리점(가맹) 체제와 달리 72개의 직영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업직원들은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화장품코너 전문점주들로부터 현금으로 곧바로 결제를 받고 있다. ◎화니백화점/주월점 개점에 사활… 채권단도 “돕자” 지난 9월18일 부도이후 곧 화의신청에 들어가 현재 법원측의 화의개시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자사 최대 점포인 주월점 완공을 목전에 두고 부도났기 때문에 화의결정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는 크게 부풀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니백화점측은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화의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영업력 보존에 최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니는 광주시 충장로소재 본점과 목포점, 주월점을 잇는 3개 백화점체인망과 자회사 화니체인에서 운영하는 할인점체인망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지역 토착 백화점으로 규모면에서 손색이 없으며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 높아 최근 IMF한파만 몰아치지 않았으며 곧 재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매머드백화점인 주월점은 화니의 재기를 예고해주고 있다. 『공사가 95%까지 진척됐는데 조금만 힘을 더 보태면 개점을 바라볼 수 있고 광주지역에서 화니의 명성을 되찾는데 손색이 없다』는 것이 화니측 주장이다. 주월점 개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풍백화점/납품사가 오히려 앞장 매출 부도전 80%선 전주지역에서 코아백화점과 함께 쌍두마차로 토착백화점 역할을 해오다 지난 8월 부도를 냈다. 경영진과 협력업체들 협의하에 이달초 법원에 화의신청을 제출해놓고 있다.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IMF국면으로 주거래금융기관인 삼양종금이 어려운 지경에 빠진데다 경기까지 퇴색, 관계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백화점 및 납품업체를 위해 금융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강력히 펴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맞아 납품업체들은 백화점을 살리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영업측면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부도이전 매출의 70∼80%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매장 곳곳에서 성의있는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풍관계자는 『전주지역에 뚜렷한 대형점이 모자란 상태에서 전풍이 쓰러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금융불안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대했다.<유통팀> ◎진로/임직원 감축 임원차량까지 반납 진로는 지난 4월 부도방지협약에 적용된 뒤 9월에는 부도로 화의신청을 해놓고 있는 상태다. 이 회사는 그룹차원에서 진로하이빙 등 3개 계열사와 서초동 부지 등 일부 부동산 매각을 통해 다양한 자구노력을 전개하면서 현재까지 직원 2천6백여명과 임원진 74명도 줄였다. 그러나 보다 더 강도높은 절약과 노력만이 위기를 하루속히 극복하는 길이라는 인식아래 모든 직원들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내고 있다. 진로는 우선 직원들의 내년도 임금을 전면 동결한데이어 임원들은 40% 감축과 차량을 반납조치했으며 부차장 등 중간관리자들은 내년초 감봉률을 결정,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근무시간을 늘려 종전보다 30분 이른 상오 8시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고 있으며 회의시간은 30분이내로 단축했고 본사나 공장의 사무실내 불필요한 전등은 켜지않는 등 부대경비 절약운동도 활발히 펴고 있다.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 복사지는 모두 이면지로 활용하는 등 「한푼」을 아끼기 위한 노력을 전개, 경쟁력 30%향상을 시도하고 있다. 진로는 특히 생산부문에서 원부자재에 대한 재고관리를 강화하고 불량을 최소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현장근로자들에 대한 정신교육을 강화하고 각종 아이디어를 공모해 실행하고 있다. 영업과 관리부문도 생산부서와 긴밀한 협조 및 지원관계를 구축하고 영업의식의 생활화를 통해 판매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신코아백화점/정상영업 재개 “옛모습 시간문제” 지난 5월30일 부도를 냈으나 지난 16일 법원이 법정관리결정을 내림으로써 부도업체 가운데 가장 순탄한 영업을 하고 있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채권단에서 법정관리책임자로 선정한 전 서울투자자문사장 은승기씨가 회사를 맡아 과거 한신코아 명성을 되찾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업에 있어 거의 정상을 되찾은 상태. 지난달 중순까지 부도전 매출의 80%선을 유지해오다 최근 IMF한파로 매출이 다시 감소했지만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찬바람에 따른 것이지, 자체적인 문제는 아니다. 한신코아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신용카드대금결제는 물론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결제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한신코아 재기를 위한 내년 사업계획도 신중히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신코아는 현재 노원·광명·성남·대전점 등 전국 4개 대형점에서 백화점 영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 매장면적 5천평이 넘는 매머드 점포로 업계에서 영향력을 과시해왔는데 특히 성남점은 분당구를 제외한 성남시내의 유일한 백화점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과거를 되찾는데 있어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은 다른 백화점들과 마찬가지로 환율급등 진정세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경우 한신코아의 명성을 되찾기는 시간문제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태화백화점/“향토기업 살리자” 물건사주기 운동 지난 6월16일 부도이후 법원측에 법정관리를 신청해놓고 있다. 지난 10월31일 법원측에 타당성있는 자료를 제출해놓고 있는데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법정관리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태화백화점은 부산지역 최대의 토착백화점이다. 토착기업을 살리자는 시민들의 도움에 힘입어 매출은 부도이전과 크게 다름없는 상태. 태화측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IMF한파에도 불구, 1일 평균매출 5억원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는 부도직전 매출규모를 약간 상회하는 것이다. 태화백화점 재기의 관건은 채권단의 수긍으로 법정관리가 이뤄지는 것이다. 당초 올해 안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았으나 환율급등에 따른 경기침체로 결정이 자꾸 뒤로 미뤄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납품업체들이 백화점측과의 협의하에 최근 경기상황을 의식, 스스로 돌출된 행동을 자제하며 정상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특유의 인정있는 풍토에 따라 당분간 참고 견디자는 분위기가 태화의 재기를 힘있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부산지역 최대의 토착백화점으로 과거의 자리를 되찾으려는 직원, 거래업체 모두의 합심된 모습이 돋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