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인당 평균연봉 1억3,500만원, 남자직원 연봉 1억5,000만원…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얘기도 아니다. 직원이라고 해 봐야 고작 15명, 상장한 지 고작 2년 밖에 안된 ‘메지온’이라는 신약개발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메지온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3,542만원에 달한다. 국내 100대 기업 중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SK텔레콤(1억500만원)과 삼성전자(1억200만원) 보다 30% 이상 많고 금융업 ‘넘버1’ 외환은행(8,900만원)보다는 50%나 더 높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조차 한 수 접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메지온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은 것은 지난해만이 아니다. 2011년에는 8,400만원에 달했고 경기침체로 모든 기업들이 고전했던 2012년에도 1억3,3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역시 다른 기업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메지온이 ‘신도 부러워 할 직장’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회사는 동아제약을 모회사로 하는 동아쏘시오그룹의 계열사로 2002년 설립된 동아팜텍이 지난해 3월 이름을 바꾼 곳. 현재는 발기부전치료제 신약물질인 ‘유데니필(Udenafil)’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특이한 것은 직원 15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이공계 석박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 이들 모두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인력이다. 생산과 판매는 모두 외주를 맡긴다. 그렇다고 신약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뛰어드는 것도 아니다. 개발 초기부터 뛰어들 경우 성공 확률이 낮은 것은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개발 단계의 신약후보물질들을 사들여 양산 직전인 임상 3상까지 진행한 후 글로벌 기업에 팔아 로열티를 챙기는 방법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44억원 모두 기술이전료와 수수료에서 나왔다.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상 실험도 국내에서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연구원 중 상당수가 외국인이거나 해외에 상주하고 있는 인력이다. 실제로 해외 R&D 담당 임원은 글로벌 제약업체인 넥스메드(NexMed) 부사장과 파이자의 라이센싱 담당이사를 지냈다. 이렇다 보니 직원 몸값이 비싼 게 당연하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만 하더라도 신약개발과 관련 있는 연구인력의 연봉이 몇 억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의 경우 외국 국적 임원과 직원이 많아 국내 일반 기업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고액 연봉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비밀은 풍부한 현금에 있다. 메지온은 현재 현금성 자산만 600억원이 넘어 연 이자로만 20억원에 얻는다. 직원 총 연봉이 2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 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렇다고 메지온은 처음부터 신의 직장이 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월급을 제대로 못 받는 서러운 시절도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설립 초에는 신약개발에 투자가 집중돼 직원들에 이렇다 할 보상을 하지 못했다”며 “상장 이후 과학자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투자 개념에서 높은 연봉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지온은 3·4분기에 미국에서 유데나필에 대한 신약허가신청(NDA)을 할 계획이다. 만약 유데나필이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내년 3·4분기에 허가를 얻을 경우 다국적 제약사 엑타비스에게 매출액의 10%도 로열티로 받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올해 매출 100억원, 영업이익 60억원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