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900원시대 오나… 세자리 환율시대 '초읽기'
10일부터 3거래일 연속 장중 1,000원 붕괴弱달러 대세… 정부개입 급락제어 수준 될듯
원ㆍ달러 환율이 또다시 장중 1,000원이 붕괴, 불안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분간 '1,000원대 방어'를 위해 힘쓰겠지만 기업들은 환율 '세자릿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주 말보다 2원80전 낮은 997원50전에 거래를 시작, 급락세를 보이며 장중 한때 995원50전을 기록하는 등 3거래일 연속 장중 '세자릿수 환율'을 기록했다.
미국의 지난 1월 무역적자가 사상 두번째로 많은 583억달러를 기록, 달러화 약세 압력이 커진데다 국내기업들의 수출호조에 따른 달러유입이 맞물리면서 환율하락을 주도했다.
이후 엔ㆍ달러 환율 상승과 정부의 1,000원대 사수에 대한 개입 경계감으로 지난주 말보다 50전 상승한 1,000원80전에 장이 마감됐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위앤화 환율 변경이 예기치 않게 이뤄질 것'이라는 위앤화 절상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인식이 강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올 들어 1,000원대가 깨진 것은 총 네번. 2월23일 1,000원대가 붕괴된 것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 10일부터 사흘 연속 1,000원대가 무너졌다. 원ㆍ달러 환율은 당초 전망치인 연평균 1,000∼1,130원대에서 연평균 960원대 안팎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급락세를 막았지만 원ㆍ달러 환율 1,000원선 붕괴는 기정사실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수급상황에서 달러약세는 대세"라며 "미국이 약달러 기조를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이상 우리로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달러약세' 를 점치는 것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합친 미국의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와 부시 행정부의 약달러 정책이 결합돼 달러약세가 기조적인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지나친 환율급락만 제어하는 수준에서 개입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달 말 외국주식 배당금 송금 등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1,000원대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달러약세의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은 세자릿수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민열 기자
입력시간 : 2005-03-14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