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중앙정부)는 402조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처음 작성한 국가재무제표에 따르면 372조원의 빚이 더해져 국가채무가 총 77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기준이 종전의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 방식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부채로 인식되지 않았던 공무원ㆍ군인 연금 지급 부담액이 새롭게 국가채무에 편입된 결과다.
31일 기획재정부는 최초로 발생주의를 적용한 복식부기 방식에 따라 작성한 '201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국가결산보고서에는 기존 세입세출결산 외에 51개 중앙관서 재무제표를 통합하고 내부거래를 제거한 국가재무제표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재무제표 작성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빚은 77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2.6%를 차지했다. 전통적 방식에 의해 국가채무로 인식해온 국채ㆍ차입금 외에 충당부채ㆍ미지급금 등이 발생주의 기준에 따라 새롭게 부채로 편입된 결과다. 발생주의 회계 방식이란 경제적 거래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기록하는 것으로 현금의 출납이 있어야 기록하는 현금주의와 대비된다. 종전의 현금주의 회계방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402조원(GDP 대비 32.6%)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발생주의가 처음 적용된 국가재무제표상에는 국가가 전·현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줘야 할 연금충당부채 342조원이 국가부채 항목에 새롭게 편입되면서 나랏빚 규모가 크게 늘었다. 현금주의 방식에서는 연금충당부채가 나랏빚으로 잡히지 않았다. 이 밖에 유동부채 82조원, 장기차입부채 295조원, 기타유동부채 22조원 등도 추가됐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무제표상 연금충당부채를 산출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국제비교를 위한 부채통계에서는 연금충당부채를 제외하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부채는 GDP 대비 28% 수준으로 주요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규모는 총 749조원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발생주의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채ㆍ자산 비율은 50.8%로 미국(567.2%), 영국(200.4%), 프랑스(185%)보다 낮았다.
이태성 재정관리국장은 "중앙정부도 발생주의에 따른 재무제표를 작성함에 따라 국가 전체의 자산 부채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면서 "사람으로 치면 엑스레이 진단에서 MRI 정밀진단이 가능해진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