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조기인상 신호를 내놓을지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경제의 양호한 회복세,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조치 시사 등으로 연준의 통화긴축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시장이 금리인상의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의 경고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양적완화 조치 종료 후에도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 저금리 기조 유지'라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 문구를 삭제할 경우 기준금리 조기인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다음주 FOMC를 앞두고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지배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2.507%까지 오르며 지난 8월5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연준의 행보와는 정반대로 ECB와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장중 106.34엔을 기록하며 2008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로도 1.2949달러에 거래되며 1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 인덱스는 이날 84.16으로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연준의 출구전략 가능성에 터키 리라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멕시코 페소화 등 신흥국 통화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금융시장 불안은 이날 발표된 미국의 7월 구인건수가 전달에 이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가면서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5일 발표된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가 예상을 훨씬 밑돈 것도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통적으로 여름은 고용이 부진한 시기로 전반적인 고용시장은 개선되고 있다"며 "임금 상승세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지표들도 나아지고 있어 연준이 내년 중반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샌프란시스코연은이 전날 오후 내놓은 보고서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의 예측보다 더 저금리 기조 유지를 낙관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다음주 FOMC가 매파적 성명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최근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연준의 첫 금리인상 시기로 내년 7월을 예상했다. 지난달 말 조사에서 내년 7월로 예상한 비율이 52%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조기 금리인상 전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달 FOMC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연준이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 유지'라는 선제안내를 수정할지 여부다. 그동안 투자가들은 이 문구 때문에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 후에도 최소 6개월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연준 내에서도 매파와 비둘기파를 막론하고 날짜를 못 박은 선제안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매파인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는 "연준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장의 예상이나 선제안내가 시사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도록 문구를 바꾸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둘기파인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은 총재도 "날짜에 기반을 둔 선제안내를 적절한 시간 내에 완전고용과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미 경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주 FOMC의 성명서 문구가 바뀔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연은에서 일한 적이 있는 크리슈나 구하 ISI 부회장도 "선제안내가 10월이나 12월 회의에서 바뀔 것으로 보지만 9월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CNBC는 "연준이 '상당기간'이라는 문구를 삭제할 경우 시장은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이라며 "시중금리나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