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인사권 침해 우려된다

대기업 주주의 계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사권을 제약하는 신규 규제를 둘러싸고 '경영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음달 10일부터 발효될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신설된 CEO 선임 관련 공시의무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규정이 은행권은 물론 대기업 계열 금융사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국내 주요그룹의 생명·화재·증권·카드회사 등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임원후보추천위를 통해 CEO를 추천하고 집행임원의 추천경력과 추천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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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당장 올해 말과 내년 초로 예정된 그룹 인사에서 대주주의 인사권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생겼다. 업계는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업계 관계자들은 "법적 근거도 없는 규제를 만들어 대주주의 권한을 침해하려 든다"며 경영권 침해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 "주인 없는 은행에나 걸맞은 모범규준을 금융사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금융당국을 강력히 성토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그동안 대기업 계열 금융사 사장과 부사장에 금융과 무관한 인사가 선임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업계의 경영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이전보다는 불편하겠지만 대주주 인사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이 금융소비자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더욱이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대표 선임 권한은 주주총회에 속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은 빗나갔다. 모범규준이라는 법외 규제로 제2금융권을 옥죄려는 접근방식 또한 금융위답지 않다. 관련법안이 2012년 이후 국회에서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면 규제 내용을 되돌아보고 바로잡아야지 모범규준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할 일이 아니다. 금융산업 진흥과 금융질서 수호라는 책무가 막중할수록 금융위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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