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32일] 핼러윈데이


악마처럼 먹고 마시며 떠들고 춤춘다, 이날만큼은. 서양의 핼러윈데이 풍속도다. 뜻을 굳이 풀자면 만성절 전야제. 가톨릭의 모든 성인을 추모하는 만성절(All Saint Dayㆍ11월1일) 전일의 축제란 뜻이다. 성인의 표기를 ‘saint’ 대신 ‘hallow’로 쓰는 아일랜드와 웨일스 지방에서 ‘hallow+evening’이 줄어 핼러윈(Halloween)으로 굳어졌다. 핼러윈의 기원은 브리튼 제도와 프랑스 서부 해안에 퍼져 살던 켈트족의 고대 새해맞이 축제. 10월31일이 연말이었던 켈트력에 따라 토속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풍속이 가톨릭화하면서 핼러윈 축제로 변했다. 비기독교적이라는 비판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사라졌지만 켈트족 단일민족국가인 아일랜드에서 생명력을 이어나갔다. 무속신앙과 기독교 문화의 합작품인 셈이다. 정작 핼러윈데이가 꽃핀 곳은 미국. 감자 대기근 당시 미국행을 택한 대규모 아일랜드 이민이 퍼뜨린 핼러윈 문화에 상업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호박 속을 파내 악마 형상의 등불을 만드는 것도 미국판으로 변형된 아일랜드 풍속이다. 올해 미국의 핼러윈 축제에 쓰일 소품과 의상 구매 비용만 49억6,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NRFㆍ전미소비협회)도 있다. 핼러윈데이가 어느 곳보다 빠르게 퍼지는 곳은 바로 한국이다. 호텔마다 핼러윈데이 행사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로며 이태원ㆍ신촌 등의 나이트클럽은 핼러윈 특수로 비명을 지른다. 국적불명의 춤판에는 어린아이들까지 등장한다. 일부 영어유치원에서 ‘세계화 교육’의 일부라며 아이들에게 가면을 씌우고 귀신복장을 입힌 지 몇 년 만에 곳곳의 유치원과 놀이방마다 귀신분장을 한 꼬마들로 넘친다. 씁쓸한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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