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은 이번 외감법 개정으로 부실회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게 되자 권한과 책임의 조화 측면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회계법인과 달리 회계자료 제출 요구권이나 재산상태에 대한 조사권은 물론 기업의 감사과정에서 취득할 수 있는 각종 정보, 이른바 감사 조서에 대한 접근권이 전혀 없는데도 앞으로 부실 피해가 생길 경우 입증 책임을 물도록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인회계사 업계는 기관투자가는 일반 개인투자자와 달리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 감사보고서의 해독능력이 있는 만큼 감사인에게 입증 책임을 물리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맞서고 있다. 또한 민법이나 상법상으로도 손해배상소송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고가 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감사권한이 없는 이에 입증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최근 의료사고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서도 의료행위 등 전문적 행위의 부실 책임은 환자가 아닌 의사가 져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며 “특별한 전문가만이 권한과 정보능력을 갖고 있다면 민법의 원고 입증 책임 부담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는 회계법인의 부실 입증에 필요한 감사조서(회계 감사과정 중 입수한 증거자료)에 대한 접근권이 없기 때문에 소송을 하지 않고는 알 길이 없고 소송을 한다 하더라도 입증 책임이 있어 승소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한다.
기관투자가 중에서도 입증 책임 부담에서 자산운용사ㆍ증권 등은 빠져 있고 은행ㆍ보험 등만 들어가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입법 발의를 한 이종구 의원 측은 “은행ㆍ보험 등은 대출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대출시 거래 기업의 정보 취득이 용이하고 이에 따라 입증 책임을 지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은행 등은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서 투자 대상 기업은 대출과 상관없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는데 이를 대출과 연계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현재 은행ㆍ보험 등 대출 기관들도 연금신탁ㆍ연금보험ㆍ퇴직보험ㆍ퇴직연금 등 투자상품의 활성화로 사실상 자산운용사처럼 고객 돈을 위탁받아 투자하고 있는데 대출기관으로 한정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