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변리사업계 지각변동 예고

광장-제일 합병 계기 로펌-특허법인 짝짓기 가속<br>특허소송 수요 증가로 종합법률서비스 필요성<br>“출원시장 안주땐 경쟁력상실” 물밑접촉 잇따라

법무법인 광장 이태희 대표변호사(사진 왼쪽)와 제일특허법률사무소 김창세 대표변리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합병에 조인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형로펌 광장과 대형 특허법인 제일과의 업무제휴를 계기로 변리사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경제가 날로 글로벌화ㆍ첨단화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기업 권리를 지키기 위한 특허소송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특허법인과 로펌간 짝짓기 러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그동안 리&목, 리인터내셔널 등 대형 특허법인들은 변리사 고유 업무인 특허 출원시장에만 주력해 왔지만 고객(기업)들의 특허소송 수요가 커지면서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위해 변호사와의 업무 제휴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리사 업계에 따르면 제일과 광장의 사실상 합병을 계기로 상당수 대형 특허법인이 특허시장 선점 차원에서 중ㆍ대형 로펌과의 합병을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목의 해영 변리사는 “IMF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특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특허 출원시장과 함께 특허소송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제약, 전자 등을 중심으로 외국계 기업과 국내 대기업간 특허 소송이 빈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이 이번에 광장과 뭉치게 된 것도 기존 기업 고객 사이에서 특허 출원뿐 아니라 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허 침해에 대한 소송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리사들의 강점인 전문 기술지식과 변호사들의 손해배상 불공정거래 소송 경험 등을 결합시켜 고객들에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특허 관련시장 중 출원시장이 80%, 소송 시장이 20%이지만 앞으로 소송 시장의 비중이 점점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최대 변리사 조직을 갖고 있는 김&장의 이성훈 변리사는 “중장기적으로 대형 특허법인들은 종합적인 법률서비스 구축을 위해 자체적으로 변호사와의 업무제휴를 강화하든지 아예 중대형 로펌과의 합병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찾아 나갈 것이다”며 “기존처럼 특허 출원시장에만 안주하는 특허 사무소들은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외국 클라이언트들은 이번 합병에 따른 김&장과 광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더 나은 양질의 특허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게 돼 인커밍(외국기업들이 국내 특허를 내는 것) 특허시장의 파이가 더 커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장의 윤모 변리사는 “인커밍 시장의 특징은 외국 클라이언트가 대량으로 특허를 출원한다는 것”이라며 “ 예를 들어 100건 이상 케이스를 출원하는 외국사들은 퍼스트ㆍ세컨드 에이전트를 두고 퀄리티 체크를 하는데 이번 합병으로 광장이 세컨드 에이전트를 할 수 있게 돼 합병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몇 년 들어 변리사 공급이 대폭 늘어나 특허 출원 영업 환경이 각박해지고 있는 것도 변리사들의 특허소송 시장진출 등 신규 영역 개척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90년대 후반까지 100명이 채 안되던 변리사 신규 공급 규모는 2001년 들어 매년 200명으로 2배 가량 뛰었다. 전경능 변호사(변리사)는 “단독 및 소규모 개업 변리사들은 이미 출원시장의 경쟁 격화로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단독 및 소규모 합동 변리사들도 특허 소송시장 진출을 위해 개업 변호사 및 중소형 로펌들과의 업무 제휴를 맺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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